[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겨울은 떠났다. 2월 중순, 맹렬한 한파 틈을 파고들었던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가 봄기운 완연한 4월의 시작, 드디어 대장정을 마친다. 방영 내내 벅찬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은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늘(3일) 밤 아름다운 퇴장을 앞두고 있다.
노희경이라서, 조인성이라서, 송혜교라서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청자들은 과연 그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피엔딩이거나 혹은 새드엔딩이거나 노 작가와 배우들이라면 실망을 안기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덧붙여 이왕이면 모두가 최선이라 꼽는 결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로 오늘 밤 방송될 최종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겨울'은 노 작가의 전작들을 통틀어 감히 최고의 히트작이라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시청률 수치뿐 아니라 방영 기간 내내 이토록 뜨겁게 회자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의 리메이크란 태생 때문에 일정 부분 부담도 심했을 이 작품은 회를 거듭할수록 원작을 잊게 만드는 노 작가의 재해석 스토리로 각광받았다. 노 작가는 방송 데뷔 이래 거의 처음으로 마니아들의 호평뿐 아니라 대중성까지 획득하며 한층 많은 대중에게 주옥같은 필력을 인정받았다.

그뿐인가. 오수 역의 조인성과 오영 역의 송혜교, 두 남녀주인공은 또래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힐 배우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그 겨울' 출연 이전에도 물론 최고의 톱스타로 군림한 두 사람이지만 30대에 접어들고 연기 경력 10년을 훌쩍 넘기며 사람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분수령이 될 작품을 만난 듯하다. 각각 병역과 스크린 활동 등으로 인해 브라운관 공백이 유독 길었던 조인성과 송혜교는 자신들이 얼마나 농익었는가를, 그리고 남다른가를 온몸으로 말했다.
이 밖에도 '그 겨울'을 살다간 진성 역의 김범, 왕비서 역의 배종옥, 무철 역의 김태우, 희선 역의 정은지, 장변호사 역의 김규철 등 많은 출연진이 누구 하나 빠지는 이 없는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호렸다. 작은 캐릭터 하나에도 숨결을 불어넣는 노 작가 특유의 대본 속에서 저마다 팔딱 팔딱 살아 숨 쉰 캐릭터들이 어울려 향연을 이뤄냈다.

김규태 감독의 애정 가득한 연출 역시 '그 겨울'을 명품이 되도록 했다. 화제가 되었던 클로즈업 기법은 물론 기존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다양한 카메라 앵글, 그리고 반(半) 사전제작 드라마답게 공들여 매만진 편집 화면들은 스토리에 빛을 더했고 배우들의 명연기에 힘을 보탰다.
그리하여 '그 겨울'은 해피했다. 아프고 쓰린 사랑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팔지언정, 때론 죽어가는 남자가, 인정받지 못했던 모성이 안방을 울렸을지언정, 또 혹시나 오수와 오영의 미래가 핑크빛이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그 겨울'은 존재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벅차게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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