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총 23점을 뽑아내며 맹타를 보여주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첫 회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음에도 어이없는 병살로 기회를 그르치며 신예 투수의 데뷔 첫 승 희생양이 되었다. 타선 화력을 앞세워 개막 3연승을 달리던 두산 베어스 타선이 다시 도진 낯가림 증세로 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홈 개막 2차전 및 시즌 4차전에서 상대 선발 여건욱에게 6이닝 무실점으로 봉쇄당하며 1-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3승 1패(3일 현재)를 기록하며 기세가 꺾였다. 전날(2일)까지 23득점 팀 타율 3할3푼3리로 가장 뜨거운 화력을 내뿜던 타선은 급속냉각되었다.
지난 2~3년 간 두산 타선은 처음 보는 투수나 자주 선발 등판하지 않았던 투수들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2010시즌 갓 1군에서 기회를 잡아가던 롯데 김수완은 그해 8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두 번의 우천 중단에도 꿋꿋이 마운드에 올라 5⅓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후 김수완은 한동안 롯데 선발진을 지키며 그 해 5승을 수확했다.

또한 삼성 김희걸은 KIA 시절이던 2011년 8월 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섰다. 당시 김희걸은 중간계투로서 확실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해 대체 선발 자격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당연히 선발로서 표본도 부족했던 투수. 그날 김희걸은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효과적 투구를 펼치며 승리했다.
낯가림 현상이 절정에 달한 것은 지난 시즌. 지난해 4월 12일 청주 한화전에서 두산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국내 리그 데뷔전 상대가 되어 3구 삼자범퇴 희생양이 되는 등 첫 등판을 첫 선발승으로 이끌었다. 그해 6월 20일에는 ‘핵잠수함’ 김병현(넥센)에게 6이닝 4피안타 1실점 비자책으로 국내 첫 승을 선물한 두산이다. 박찬호와 김병현에게 2012 두산은 고마운 팀이었다.
어깨 부상과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5년 간 1군 등판이 없던 신재웅(LG)은 지난해 7월 26일 두산전서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2176일 만의 승리를 거뒀다. 롯데 진명호도 그해 5월 27일 두산을 상대로 5⅔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데뷔 두 번째 선발승을 기록했다. 윤석민(KIA), 류현진(LA 다저스, 당시 한화) 등 에이스들에게는 의외로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정작 국내 경력이 화려하지 않거나 처음 보는 투수에게는 약했던 두산이다.
3일 SK전도 마찬가지였다. SK 선발 여건욱은 이날 경기가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투수. 여기에 투수 본인이 3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누가 봐도 두산의 대량 득점이 예상되었던 순간. 그러나 두산은 김동주의 3루 땅볼 이후 페어 판정 타구를 파울로 착각한 홍성흔이 보기드문 포수 태그 병살타를 당하며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2회 우전 안타로 출루한 허경민의 도루자도 아쉬운 순간 중 하나다.
이후 두산 타선은 수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오히려 여건욱에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별다른 데이터가 없던 투수인 만큼 타자 스스로 투수의 스타일을 경기 도중 파악한 노림수 타격이 필요했던 순간. 그러나 결과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잘 쳐야 3할인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활화산 같이 터지던 타선이 어느 순간 급속 냉각되어 투수를 애타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그만큼 가치 있는 아웃은 물론이고 처음 보는 투수를 상대로도 방심하지 않는 스윙이 필수적이다. 여건욱의 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며 패배를 자초한 두산은 시즌 첫 빈타로 인한 페이스 저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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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