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한화 때처럼 또 불운…그래도 '내 탓이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4.04 06: 13

'내 탓이오'. 
LA 다저스 류현진(26)의 불운이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재현됐다. 류현진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가진 빅 리그 데뷔전에서 6⅓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막았으나 타선의 득점 지원 미비 속에 패전투수가 되어야 했다. 빅리그 첫 경기부터 퀄리티 스타트 패배.
류현진에게 이 같은 불운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에도 퀄리티 스타트 패배를 밥 먹듯했다.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지 못한 지난해에도 류현진은 퀄리티 스타트 패배가 6경기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9이닝당 득점 지원도 3.50점인데 무득점 지원이 4차례이고, 1득점 지원도 7차례에 달했다. 

다저스에서는 다를 줄 알았다. 다저스는 지난해 구단주 그룹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벌였고,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연봉 2억3000만 달러 기록을 새로 썼다. 한화가 지난 몇 년간 최약체로 암흑기를 보낸 반면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전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류현진의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개막전만 놓고보면 아쉬움이 많았다. 물론 3루수 루이스 크루스가 3차례 병살타를 엮어낼 만큼 폭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판단력을 자랑했고, 좌익수 제리 헤어스턴`주니어도 깔끔한 펜스 플레이와 정확한 송구로 2루타성 안타를 친 타자 주자를 2루에서 잡아낼 만큼 수비의 도움은 많이 받았다. 하지만 7회 유격수 저스틴 셀러스의 송구 실책이 아쉬웠다. 
더 안타까운 건 타선 침묵이었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킨 동안 다저스는 단 1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2회 2사후 안드레 이디어가 좌측 2루타로 출루했을 뿐 그 외에는 어느 타자도 출루하지 못했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8회 A.J 엘리스가 2루타를 친 게 전부. 샌프란시스코 특급 좌완 매디슨 범가너에 철저하게 막혀 산발 2안타에 그쳤고 0-3 영봉패를 당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등판부터 한 점도 지원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화 시절 자주 봤던 장면이 이날 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화에서 워낙 많은 혹독한 경험을 많이 해 정신적인 수련이 되어있는 류현진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6회를 제외하면 1회부터 7회까지 매회 주자가 나가는 위기 속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아쉬운 패배에 대처하는 자세도 류현진다웠다. 그는 "오히려 야수들에게 도움을 받은 게 많은 경기였다. 야수들이 일부러 실책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내 잘못"이라며 "내가 타자들을 잘 막아서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했다. 마운드에서 투수가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내가 위기를 만든 것 같다"고 스스로 탓했다.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고 오직 '내 탓이오'만 거듭 외쳤다. 
빅리그 첫 경기부터 한화 때처럼 불운에 시달렸지만 류현진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책을 할 만큼 의연하게 대처했다. 언제 어디서든 류현진의 멘탈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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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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