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결과는 알쏭달쏭하다. 못 던진 건 아닌데 뭔가 강한 임팩트도 없었다.
류현진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상대로 가진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선발로 6⅓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막으며 퀄리티 스타트했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데뷔전 류현진의 피칭을 놓고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탁월한 위기관리, 공격적인 피칭

구단 내부적으로는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볼 스피드에 변화를 주는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그가 준 점수는 1점 뿐이다. 병살을 이끌어낸 점이 좋았다"며 류현진의 위기관리능력을 높이 샀다. 류현진은 안타 10개를 맞고도 병살타를 3개나 유도하는 등 3실점, 1자책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또 하나는 공격적인 피칭이었다. 비록 3구 이내에만 안타 8개를 맞았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이 하나도 없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카운트 잡으러 들어갔고 피해가는 피칭이 전혀 없었다. 안타를 10개나 맞았으나 그 중 2루타 이상 되는 장타가 없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외야로 크게 뻗어 나간 타구도 없었다. 공에 아주 힘이 없는 건 아니었다.
▲ 밋밋한 변화구, 단조로운 투피치
가장 아쉬운 건 변화구 제구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류현진의 공을 받은 주전 포수 A.J 엘리스는 "변화구가 잘 안 돼 패스트볼 위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류현진은 총 80개의 공을 던졌고 그 중 50개가 패스트볼이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23개로 그 뒤를 이었고, 커브는 7개만 던졌다. 슬라이더는 1개도 던지지 않으며 3개 구종으로 승부했다.
시범경기 중반부터 서드피치로 가능성 보여준 커브가 경기 초반은 좋았으나 이후 잘 통하지 않았고, 체인지업도 아주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었다. 안타 10개중 4개가 패스트볼이었고 체인지업도 4개가 안타로 이어졌다. 커브도 7개밖에 안 던져는데 그 중 2개가 안타로 이어졌다. 커브는 4회 이후에는 단 2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패스트볼·체인지업 위주로 투피치를 펼쳤는데 엘리스는 "커브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만큼 서드 피치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건은 결국 패스트볼의 힘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패스트볼이다.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2마일(148km)이었고, 평균 구속은 89.2마일(143.6km)로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높으면 안타로 이어졌다. 패스트볼 힘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엘리스도 "패스트볼 커맨드 좋았다"고 말했을 뿐 스터프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패스트볼에 더 힘이 생겨야 변화구도 잘 먹힌다. 10안타 1자책 피칭을 매경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첫 경기이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류현진은 "오랜만에 긴장을 많이 했다. 나도 그렇지만 상대 타자들도 시범경기보다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잘 던져서 이겼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오늘 진 것은 상관하지 않겠다. 앞으로 다음 경기가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범경기에서 매경기 거듭할수록 점점 더 나아진 류현진이기 때문에 이날 한 경기만으로는 어떠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류현진이 데뷔전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이어가고, 과제를 해결해갈 수 있을지 다음 등판이 기다려진다.
waw@osen.co.kr

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