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승헌과 신세경이 진부한 캐릭터를 어떻게 살려내는가가 MBC 새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첫 방송된 '남자가 사랑할 때'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남자와 남은 건 자존심 밖에 없는 가난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정형화된 캐릭터로 시작됐다. 남자 주인공 한태상(송승헌 분)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진한 회의감을 느끼는 사채업자고 여자 주인공 서미도(신세경 분)은 지지리 가난한 집안의 맏딸이자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는 공부 잘하는 재수생이다.
이들은 채권자와 채무자라는 영화 같은 첫 만남으로 자신들의 인생에서 두 번은 없을 인연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멜로드라마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던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관심을 집중시키는데는 부족한 감을 남겼다.

이날 미도는 아버지가 가져다 쓴 사채빚을 갚기 위해 용감하게 태상에게 "나를 사"라고 제안했다. 앞뒤 재지 않고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나를 갖는 대신 빚은 감해달라"고 당돌하게 말했다.
이런 황당한 제안을 남자 주인공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태상은 미도를 호텔로 데려가 맛있는 음식을 죄다 포장해 방으로 배달해주고 이자를 없애줄테니 원금은 천천히 갚으라는 아량을 베풀었다. 자신에게 몸을 팔겠다는 미도에게 "함부로 너를 놓지마"라며 뒷모습까지 멋있게 떠나갔다.
두 사람은 각각 돈과 사람 때문에 입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상처를 서로 감싸주며 사랑을 키워 나갈 것이라는 점, 태상이 사채업자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사랑과 현실 갈림길에서 괴로워 할 것이라는 점 등은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 이 과정에서 송승헌과 신세경이 캐릭터에 몰입해 얼마나 세밀하게 감정을 그려내는냐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드는 결정적 요인을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의 작품에서 연기력 논란을 거쳤던 두 사람이 갖는 공통된 숙제이기도 하다. 과연 두 사람이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묘사에 능한 김인영 작가의 작품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을지 기대가 높다.
한편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인간의 원초적 심리 묘사와 관계를 놀라운 감성터치로 그려온 김인영 작가와 치밀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김상호 PD가 의기투합, 방송가 안팎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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