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완벽한 해피엔딩을 그리며 막을 내렸다. 매 작품에서 인간애, 인류애를 놓지 않았던 노희경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의 이야기를 꽃피웠다. 엔딩신에 등장한 흐드러진 벚꽃처럼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위로이자 희망인 인간의 가치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3일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최종회는 목숨을 건 마지막 도박을 끝내고 사람답게 살게 된 오수(조인성 분)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력을 찾은 오영(송혜교 분)의 1년 후 재회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다시'란 약속을 맺으며 눈물의 키스를 나누고 헤어졌던 1년 전 두 사람은 겨울이 가고 바람이 멈춘 새봄의 어느 날, 서로의 눈동자를 맞추며 서 있다. 오수는 삶의 희망과 의미를 찾아준 오영과, 오영 역시 오랜 고독과 상실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준 오수와 마침내 같은 길을 바라보며 걸어가게 됐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팬들이라면 입 모아 만족할 만한 최상의 엔딩이다.
엔딩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은 최종회까지 친절하고 따뜻하게 감정들의 이음새를 돌보고 오수, 오영 뿐 아니라 겨울을 살았던 모든 캐릭터들의 행보를 살피는 노 작가의 필력과 김규태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했다. 자세히 볼수록 예쁘고, 두고두고 볼수록 사랑스러운 명작이 됐다.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SNS 등에는 반(半) 사전제작 드라마답게 마지막까지 완성도 높았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스토리와 영상, 또 배우들의 연기력을 향한 호평들이 쇄도한다.

지난 2월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박빙 승부가 예고됐던 수목극 전쟁터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으며 선전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는 법이 없었고 여타 미니시리즈에서는 보기 드문 완성도를 자랑했다. 전개 중반, 이미 쪽대본 대신 15회 대본을 통째로 받아든 배우들은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를 갖춘 끝에 촬영에 전념할 수 있었다. 타이트한 클로즈업 샷으로 화제가 됐던 김 감독의 연출력과 편집 역시 군더더기 없는 일정 톤을 유지했으며 노 작가의 대본도 힘 빠지지 않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일본 원작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과의 비교가 무색한 오롯이 노희경의, 김규태의, 그리고 조인성과 송혜교를 비롯한 모든 출연진의 남다른 산물로 자리매김했다.

겨울이 적막하고 추위가 맹렬할수록 삶의 이유를, 사랑의 의미를 찾는 이들의 발길은 바빠졌다. 쓰레기처럼 버려져 모성의 위대함을 모르던 오수도, 눈이 먼 채 사방의 적들에 둘러싸여 있던 오영도 아니, 비뚤어진 모성을 집착으로 토해야 했던 왕비서(배종옥 분)나 세상에 과연 진짜 사랑이 있기는 한 건지 평생을 찾아 헤맸던 양아치 조무철(김태우 분)마저도 치열한 몸부림의 끝에 결국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의 가치와 인생의 의의를, 나아가 사랑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리고 봄날을 마주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은 살아볼 만한 시간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결국 또 다른 사람이고, 용서와 화해는 곧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란 것도, 동화나 교과서 속 그 틀에 박힌 이야기를 가슴 시려 체득한 이들의 현재는 2탄을 궁금하게 만든다.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