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불가지역이 뚫렸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는 유준상, 오종혁, 지창욱, 이정열이 출연했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네 사람은 각각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라디오스타'에서 혈기왕성 홍보맨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예능 나들이를 하는 스타들 대부분이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을 홍보하려는 목적을 갖지만 그동안 '라디오스타'에서는 이 같은 행동이 힘들었다.
"끌려나왔다"는 지창욱은 '너무' 솔직했고 오종혁은 군과 관련한 일화에서는 대한민국의 남성을 모두 압도할 열정을 보였다. 이정열은 갑작스럽게 진지해지는 말투 때문에, 유준상은 파이팅맨다운 기세로 부담 보따리를 한 가득 안겼다. 4색으로 빛나는 부담보이의 활약은 자연스럽게 뮤지컬 홍보로 이어졌다.

검은색 수트를 맞춰입고 등장한 네 사람은 '대한민국 경찰의 명예와 본인의 목숨을 걸고 시청자 여러분을 지키겠습니다'는 멘트로 갑작스럽게 뮤지컬 홍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라디오스타'의 악동 MC들 김국진, 윤종신, 규현, 유세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에도 유준상은 끊임없는 파이팅으로 '라디오스타'의 기선을 제압했다. 이미 프로그램을 꿰뚫고 있었던 그는 '라디오스타' 최초로 액션신 CG를 요구하며 직접 뮤지컬 속 한 장면의 시범을 보였다. 이어 지창욱, 오종혁에게 물귀신 작전을 쓰며 즉석에서 텀블링을 제안했다. 뮤지컬을 위해 텀블링을 연습하고 있었던 두 사람은 다행히 멋지게 공중돌기에 성공했다. 기세를 몰아 유준상은 뮤지컬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옷을 벗고 격파를 하겠다는 공약을 멤버들 합의 없이 발설하기에 이르렀다.
오종혁은 전역 후 예정돼있던 훈련을 받기 위해 10여 일을 군에 머문 케이스. 전역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군대에서 자던 시간에 맞춰 잠이 쏟아진다는 군 맞춤형 연예인인 그는 "마지막 훈련은 잘한 일이고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누구의 표본이 된다거나 이미지 쇄신을 노린 게 아니었다. 나를 좋은 놈으로 몰아가지 말아달라"는 상남자스러운 당부로 매력도를 높였다.
끝으로 조용히 앉아있던 지창욱은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왔지만 재미있었다"는 시크한 한 마디를 남겼고 입을 열 때마다 급속도로 분위기를 가라앉히던 이정열은 위암 투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사연을 털어놓으며 '라디오스타'에 무게감을 더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홍보와 말장난 개그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3일 지창욱, 유준상, 오종혁, 이정열은 열정으로 한계를 뛰어 넘은 케이스가 됐다. 자신을 이유없이 사랑해줬던 팬에 대한 고마움을 아는 사람(오종혁),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정열), 연기를 위해서라면 흔한 예능 게스트가 되어도 좋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유준상)이 모인 덕분이다.
plokm02@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