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의 실패를 발판 삼아 도약하는 것인가.
LG가 3일 목동 넥센전에서 14-8로 승리, 전날 패배를 설욕하고 시즌 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제 막 시즌에 들어선 만큼, 3승 1패란 성작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토종 선발진’과 ‘얕은 선수층’에 대한 해답이 3일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나왔다.
이날 LG는 토종 선발진 두 번째 투수인 임찬규를 마운드에 올렸다. 또한 이전까지 좌투수 상대 타율 1할9푼4리를 기록한 타선도 그대로 고정한 채 상대 좌투수 강윤구를 맞이했다.

경기에 앞서 가장 큰 궁금증은 개막전부터 변하지 않는 라인업이었다. LG 김기태(44) 감독은 좌투수 상대로 낮은 팀 타율(0.194)에도 타순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3경기 밖에 안했다. 아직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은 타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1번 타자 자리를 비롯해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라인업 변화의 폭을 크게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김기태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전날까지 리드오프 자리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오지환과 타율 1할을 기록하고 있었던 7번 타자 문선재 모두 3안타 맹타를 휘둘렸다. 무엇보다 둘은 결정적인 순간 큰 거 한 방을 기록했다. 오지환은 1회초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고 문선재는 7회초 경기에 쐐기를 박는 3타점 2루타를 날렸다.
사실 지금 LG 타선에는 낯선 얼굴이 많다.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오지환 정의윤은 LG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익숙하지만 손주인 문선재 현재윤 정주현은 그렇지 않다. 손주인과 현재윤은 작년 12월 삼성과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LG에 왔다. 문선재는 신인이었던 2010시즌 1군에서 7경기만 뛰고 지난 2년 동안 상무서 군복무에 임했다. 정주현 역시 작년까지는 통산 1군 경기수가 50경기가 안 됐다.
팀의 간판이자 주장 이병규(9번)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5월에나 복귀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이병규(7번)와 최동수는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다. 시즌 시작부터 전력누수가 일어났지만 낯선 얼굴들이 이들의 공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문선재는 개막 2연전부터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로 올 시즌 LG의 첫 득점을 올렸고 1루수로서 뛰어난 포구 능력을 증명했다. 3일 경기 역시 3회초 딜레이드 스틸 성공과 경기 후반 2루타 두 방으로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현재윤은 마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 LG 모든 투수들과 절묘한 호흡을 과시하고 있고 3할3푼3리의 타율로 공격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정주현은 출루율 5할을 올리고 있는 것과 동시에 좌익수 자리를 잘 지키는 중이다.
문선재와 정주현의 경우, 김기태 감독이 2군 감독 부임 시절부터 꾸준히 지켜본 선수들이다. 새 얼굴들의 도약이 지속된다면, LG는 페넌트레이스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날 경기서 보여준 마운드 운용에서도 확연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은 4회말 선발투수 임찬규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6-2로 리드하고 있었고 임찬규는 2이닝만 더 소화하면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신예투수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믿음을 보여 줘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해 경험을 잊지 않았다. LG는 2012년 4월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6-7로 역전패 당했다. 당시 선발투수 역시 임찬규였고 LG는 4회초 5점을 뽑아 6-2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4회말 임찬규가 6피안타 5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LG는 이를 되돌리지 못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시즌을 복기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에는 한화전 6-2 역전패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임찬규는 제구난조로 기복이 심한 투구내용을 보였다. 타자와 상대하는 과정에서 의미 없이 버리는 공이 많았다. 스트라이크존 먼 곳으로 빠져나가는 공이 나왔고 타자와 정해진 패턴대로 승부하지 못해 호흡이 번번이 끊어졌다. 전날 선발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경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덕분에 불펜진은 이틀 쉬었다. 서둘러 불펜진을 가동시켜도 무리가 없는 상황. 때문에 김 감독은 일찍이 올 시즌의 모토인 ‘지키는 야구’를 펼쳤다.
여전히 LG는 4강 후보보다는 다크호스에 가까운 위치다. '야수진은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이가 크고 마운드는 외국인 원투펀치와 불펜진은 괜찮지만 토종 선발진이 문제'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야수진에 비주전급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투입 중이다. 토종 선발투수는 임찬규의 경우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 실제로 올 시즌 LG는 총 9명의 선발투수를 쓸 계획이다. LG가 김 감독의 시나리오로 4강팀이 될지는 남은 124경기를 통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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