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결과이긴 하지만 타선 지원은 없었다. 한국에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데뷔전이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이것이 앞으로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숙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에 대한 압박은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허용했으나 3실점(1자책점)으로 막으며 비교적 성공적인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를 압도하는 맛은 없었으나 고비 때마다 병살타를 유도하는 위기관리능력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그러나 패전은 패전이었다. 그렇게 나쁜 성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선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 선발로 나선 매디슨 범가너는 8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짠물 피칭을 선보이며 류현진의 데뷔전을 가로 막았다. 지난해 16승(평균자책점 3.37)을 비롯, 최근 2년간 29승을 올린 투수다운 구위와 경기운영이었다. 다저스 타선은 범가너를 공략하지 못하고 영봉패했다.

류현진은 한국 무대에서 활약했던 지난해까지 불운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스스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타선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승리를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소속팀 한화의 전력이 약해진 2008년 이후는 더 그랬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위해 등판한 지난해 마지막 경기(대전 넥센전, 10이닝 1실점)는 상징적인 기억이다.
다저스 타선이 최근 몇 년 동안의 한화처럼 약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팀 공격력이 크게 처졌다.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몇몇 변수들이 있어 확신은 금물이다. 게다가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류현진이 시즌을 2선발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2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고 해서 항상 2선발급 선수들과 마주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동일 등으로 일정이 천편일률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에이스와 상대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5선발과 만날 때도 있는 법이다. 다만 개막 두 번째 경기에 나섰기에 확률적으로 좀 더 좋은 투수들과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MLB 연착륙을 위해서는 2선발보다는 5선발이 더 나을 수도 있다”라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특급 선수들과 마주치는 일정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면 아무래도 심리적인 영향이 있기 마련이다. 점수를 내주지 않고자 어깨에 힘도 더 들어간다. 결국 제풀에 먼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험이 풍부한 류현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법하지만 각오는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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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