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부상 악령이 각 팀을 엄습하고 있다. 결국 올해도 부상과의 전쟁이 각 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범경기 1위의 기세를 몰아 초반 치고 나갔던 KIA는 3일 경기에서 비보를 접했다. 자유계약선수(FA) 이적 첫 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주찬의 부상 소식이다. 김주찬은 3일 대전 한화전에서 유창식의 투구에 왼손등을 맞고 쓰러졌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김주찬은 결국 병원으로 후송됐고 결과는 최악이었다. KIA 관계자는 “왼손목 골절상으로 최소 6주 정도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IA로서는 엄청난 사고다. 시범경기부터 심상치 않은 활약상을 펼쳤던 김주찬은 개막 후 3경기에서 타율 5할(12타수 6안타)과 7타점 4도루를 쓸어 담으며 KIA 타선의 활력소 몫을 톡톡히 했다. 김주찬의 힘을 등에 업고 달라진 모습을 과시 중이었던 KIA의 흐름 자체가 끊길 수 있는 대형 악재다. 가뜩이나 지난해 속출하는 부상자에 무너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팀이기에 정신적 외상도 만만치 않다.

KIA가 도드라졌지만 나머지 팀들도 부상으로 크고 작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팀들도 많다. 롯데는 주전 포수 강민호가 2일 마산 NC전 도중 대퇴부 부위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큰 부상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결국 3일 경기에서 빠졌다.
롯데를 상대한 NC는 간판스타감으로 점찍어놓은 외야수 나성범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전지훈련 도중 손바닥 골절상으로 5월에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선수층이 얇은 NC로서는 기둥 하나가 뽑힌 셈이다. 두산도 고영민 윤석민 이원석 등 1군에서 쏠쏠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왼어깨에 타박상을 입은 이대형과 허벅지가 좋지 않은 이병규(9번)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LG 역시 속이 쓰리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파트너였던 삼성과 SK도 부상 악재를 만나 시즌 초반 흐름이 좋지 않다. 삼성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외국인 투수 릭 반덴헐크가 개점휴업 중이다. 그 외에도 장원삼,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등 투수들의 컨디션이 아직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아 선발진 구축에 애를 먹고 있다. SK는 아예 부상 병동이다. 김광현 윤희상 박희수 엄정욱 박정배 이재원 정상호 나주환 등 1군에서 주축을 이뤄야 할 선수들이 죄다 재활군에 있다.
변수 하나 없이 팀당 128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를 수는 없다. 코칭스태프도 어느 정도의 계산은 하고 들어간다. 이를 테면 어떤 선수의 부진에 대비해 보험을 만들어놓는 식이다. 그러나 부상은 말 그대로 돌발변수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의 손해는 당연하고 코칭스태프도 구상해 놓은 틀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올해는 과연 어떤 팀이 부상 악령을 잘 피해갈 수 있을까. 기도가 생각보다 빨리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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