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그들의 재빠른 수비가 없었다면 시작부터 볼넷 3개를 연달아 내준 신예 선발 투수의 데뷔 첫 승은 없었다. SK 와이번스 5년차 우완 여건욱(27)의 데뷔 첫 선발승에는 포수 조인성(38)의 재치와 1루수 한동민(24)의 재빠른 수비가 한 몫 했다.
SK는 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여건욱과 4번 타자 한동민의 선제 결승타 등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개막 3연패로 주춤거리던 SK는 이날 승리로 뒤늦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SK의 시즌 전적은 1승 3패(3일 현재)다.
특히 이날 여건욱의 무실점 호투에는 1회말 1사 만루에서 보기 드문 병살을 합작한 한동민과 조인성의 공이 컸다. 여건욱은 1회말 시작부터 이종욱-정수빈-김현수를 연달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기 때문인지 동요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던 초반의 여건욱이었다.

무사 만루에서 김동주의 3루 땅볼이 나오기는 했으나 여기까지는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과정. 그런데 홍성흔의 체크 스윙이 타격이 되며 1루 측 파울 라인으로 가깝게 날아가는 타구가 되었다. 여기서 한동민은 타구가 파울이 되기 전 재빨리 잡아 홈으로 송구해 정수빈의 포스 아웃을 이끌었고 조인성은 홈 플레이트를 밟은 뒤 타구 페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홍성흔까지 재빨리 태그했다. 두산의 무사 만루 찬스를 무득점으로 이끄는 수비였다.
일단 가장 먼저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은 한동민의 수비. 한동민의 타구 처리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이는 파울이 되어 다시 홍성흔에게 기회가 갈 수 있었다. 홍성흔도 직전 큰 스윙으로 스트라이크를 당한 만큼 일단 여건욱의 공을 보고 볼카운트 1-2에서 자기 공을 기다릴 수 있었으나 한동민은 재빠르게 타구를 페어 처리하며 범타를 이끌었다. 한동민은 6회 1사 만루에서 2타점 선제 결승 우전 적시타로 승리 일등공신이 되었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재치도 눈부셨다. 조인성은 한동민의 송구를 잡아 정수빈의 포스 아웃을 이끈 뒤 어리둥절한 홍성흔을 태그하고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을 빨리 덕아웃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두산이 미처 판정에 대해 항의를 할 여지까지 없앤 조인성의 재치가 돋보인 순간이다. 조인성은 이후 안정을 찾은 여건욱을 잘 리드하며 4-1 승리의 숨은 조력자로 활약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빈타에도 투수의 호투에 기대며 역습을 노리는 것이 야구이며 투수의 위기 상황이 야수들의 호수비로 아무렇지 않게 끝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동민의 송구-조인성의 포구와 태그로 이어진 득달같은 수비는 여건욱의 값진 데뷔 첫 승이자 SK의 시즌 첫 승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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