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그의 애칭은 '황제'였다. 다른 선수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플레이로 뺘어난 실력을 과시하며 단번에 1인자로 우뚝섰다. 잠깐의 반짝임이 아니라 항상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 닦으며 12년 가까운 선수생활 동안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바로 새롭게 SK텔레콤 T1의 3대 감독으로 올라선 임요환(33)의 이야기다.
현역 시절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던 그가 이제는 지도자로 제2의 e스포츠 인생을 시작한다. 이제 지도자로써 과거 김양중 주훈 서형석 등 자신의 스승들이 걸었던 가시밭길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T1 프로게임단의 3대 감독으로 취임한 임요환 신임 감독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프로리그 2012-2013시즌 시작 전 e스포츠 계는 임요환이 수석코치로 SK텔레콤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에 들썩였다. 선수 시절 최고의 위치에 선 그가 지도자로써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

전반기 당시 그의 보직은 수석코치였다. 감독의 대행 역할이기에 사실상 지도차였지만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라운드는 5승 2패로 선두권을 유지했지만 승자연전방식은 2라운드서는 1승 6패의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특히 주력선수들이 특정 맵을 기피하거나 이긴 선수가 다음 세트에도 출전하는 승자연전방식에서 맥을 추지 못하면서 연패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6연패로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그 바람에 그는 머리에 흰머리가 자라난다며 웃기도 했다.
"(주)훈이형이나 다른 코치님들이 너도 코칭스태프가 되면 힘든거를 알게 된다 라고 하셨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선수 시절에는 연습 시간이나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지만 스스로와의 싸움인데 비해 스태프는 전체를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제가 뛰는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10년 넘게 경기를 하기도 지켜보아 왔지만 짜릿하면서도, 숨막히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더라고요.
1라운드는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맵 적응 훈련과 연습량 자체를 늘려서 나온 성적이죠. 문제는 2라운드인데. 어느 정도 고전할거는 예상했지만 성적이 그렇게까지 안 나올줄은 몰랐어요. 1라운드 중간 중간 드러났던 문제점이 치명타가 된 셈이죠. 흰머리가 나올 정도더군요."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바로잡는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선수시절에는 큰 형으로 후배들을 돌보던 마음은 코칭 스태프가 되고 난 이후 선수의 연습환경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 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에게 귀중한 경험이 된 순간은 스타2 선수시절 자신이 만들었던 슬레이어스서 몸담았던 경험 이었다.
"스타2 선수 생활할 때 T1에 가서는 슬레이어스 선수들이 열심히 한다는 말을 하면서 칭찬했고, 슬레이어스에서는 T1 선수들의 프로정신을 자랑 했죠. 그런데 무너지니깐 똑같은 거에요. 절실함이 없었던 거죠. 스태프로서 선수들에게 끊임 없는 경쟁과 자극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제 책임도 크고요. 그래서 결국 선수들을 아끼더라고도 독하게 굴어야 한다고 마음먹었죠. 제 자신이 고쳐야 할 단점을 개선할 기회도 됐고요."
오는 6일 개막하는 3라운드부터 프로리그는 군단의 심장으로 진행하게 된다. 임 감독에게 각오를 묻자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항상 승리에 목 말라 있어야 한다. 항상 그래야 한다. 몇 연승을 거뒀다고 마음을 편하게 먹기 보다는 더욱 더 승리를 갈구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몸값과 인기를 올리는 것이 프로의 자세다. T1 스태프와 선수들이 매번 승리에 목 말라하고 절실해 한다면 리그가 끝날 때 쯤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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