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딸을 유린한 성폭행범을 직접 잡는 엄마의 복수를 그린 영화 '공정사회'(이지승 감독)는 아역배우의 인권 보호를 보여준 신중한 선택으로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영화는 주연 배우들만큼 중요했던 캐스팅이 바로 아역. 오디션 끝에 발탁된 연기가 처음인 이재희(10) 양을 위해 감독은 아이의 시선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기도록 촬영 내내 극 중 범인(황태광)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공정사회'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의 인권에 관련한 표현력이다. 영화에서는 피의자가 아이를 범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의 순간,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도 한 장면 정도고, 아이는 눈을 가리고 있다. 이는 철저히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이 감독은 실제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를 영화제작을 목적으로 절대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의 부모들에게 약속했고, 극 중 리얼하게 표현되지 않고 완성된 후 그 선택에 대해 비난을 받게 되더라도 아이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때문에 촬영 전, 아역배우에게는 기본적으로 나쁜 일을 당했다고 상상만 하게끔 유도했고 영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또한 단 몇 커트를 제외하고는 아이의 분량을 먼저 찍고, 범인 분량은 따로 찍는 등 되도록 범인과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단지 표정만으로도 아이의 아픔과 슬픔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극 중 범인이 눈을 가리도록 아이는 안대를 착용하는데, 이것은 촬영 당시 아역배우가 범인을 아예 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려는 감독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이지승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이다. 10살 짜리한테 그런 장면을 연기시키고, 보여주기 싫은거였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안대는 없었는데 '보여주면 안되겠다' 싶어서 안대도 하는 설정으로 바꿨다. 만약 내가 딸이 있다면 못 찍었을 것 같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영화 관계자는 "어찌보면 아역이 가장 힘든 역할이기에 아무리 연기지만 조심스럽고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평소 아역들이 연기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부자연스러움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판단, 감독은 최종 오디션에서 연기경력이 단 한 번도 없는 이재희를 선택했다"라며 "이 모험 같은 시도에는 부모님의 협조가 꼭 필요했고 감독은 부모와 함께 사건에 대한 내용과 이해를 시작으로 촬영시 최대한 어린 배우가 보호를 받는 차원에서 진행되도록 약속했다. 또한 왜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가에 대한 당위성과 메시지에 대해서도 사전 동의를 구했다"라고 설명했다.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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