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괴물 투수들의 숙명일까.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빅리그 데뷔전을 가진 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프레스박스의 기자들이 일순간 탄성을 내뱉었다. 그들의 시선은 그라운드가 아닌 TV 중계를 향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텍사스 레인저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27)가 퍼펙트에 도전하고 있었다. 9회 2사 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고 첫 안타를 맞으며 퍼펙트가 무산됐다.
류현진과 다르빗슈는 공교롭게도 나란히 개막 2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류현진은 신인, 다르빗슈는 2년차이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 투수라는 공통점 때문에 항상 비교선상에 놓여왔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이미 메이저리그 적응을 끝마친 선수이고, 류현진은 이제 막 빅리그에 발 내딛은 선수라는 점에서 아직 레벨 차이는 분명하다.

시즌 첫 등판에서 두 선수의 희비도 엇갈렸다. 류현진은 전년도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6⅓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으나 2안타에 그친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다르빗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9회 2사까지 퍼펙트를 펼치며 8⅔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4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한일 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라도 두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내셔널리즘이 강하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다르빗슈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다르빗슈가 퍼펙트에 가까운 경기를 했는데 알고 있었나. 아시아 투수로는 쉽지 않은 피칭인데 이렇게 던질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경기가 끝난 뒤 다르빗슈가 잘 던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나도 지금 적응을 잘 하고 있다. 선수들과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패했는데 이 이상의 말을 하기 어려웠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다르빗슈를 따라 잡겠다는 의지만은 분명하게 읽혔다.
데뷔전 출발만 놓고 보면 오히려 다르빗슈보다 류현진이 더 낫다. 지난해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4선발로 데뷔한 다르빗슈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5⅓이닝 8피안타 4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오히려 류현진은 안타를 더 많이 많았지만 다르빗슈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사사구는 아예 없었다. 전년도 우승팀을 상대로도 당당했다.
리그가 다른 다저스와 텍사스는 인터리그에서도 맞대결 일정이 잡히지 않아 월드시리즈가 아닌 이상 두 투수가 직접 맞붙을 일은 없다. 하지만 올 시즌 내내 이어질 다르빗슈와 비교는 류현진이 극복해야 할 숙명이다.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최상급 투수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오히려 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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