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고 있는 일본 관중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
이동국(전북)이 일본 축구의 심장부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리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동국은 3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원정경기에서 교체 출장, 후반 19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골이 터지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응원을 하던 우라와 레즈 팬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득점 직후 이동국은 우라와 서포터들이 밀집해 있는 골문 뒤 쪽으로 향했다. 그는 당당하게 우라와 팬들을 응시하며 질주했다. 메시지가 담겨 있는 행동이었다.

세리머니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라와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전북 선수들은 보란듯이 환호하며 역전 결승골을 즐겼다.
경기 직후 이동국은 세리머니에 대한 비밀을 털어놨다. 3년전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산책 세리머니'로 일본 팬들을 울린 박지성을 떠올린 것.
박지성은 2010년 5월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한일전에서 전반 6분만에 선제 결승골을 뽑았다. 이후 그는 일본 팬들이 가득찬 관중석을 보며 질주하는 뒷풀이를 펼친바 있다. 당시 박지성은 "경기전 선수 소개 때 야유를 퍼부은 울트라 닛폰에게 보내는 세리머니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국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골 넣고 갑자기 경기장 안이 조용해져서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렇게 시끄럽던 팬들이 너무 조용해졌다"면서 "박지성이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세리머니를 한 것이 생각이 났다"며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일본 관중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검지를 입술에 대는 행동은)경고를 받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라와 레즈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3만명이 넘는 J리그 최고 인기구단이다. 전북전 쌀쌀한 날씨임에도 2만2000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동국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일본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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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일본) =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