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이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며 막을 내렸다. 특히 조인성, 송혜교 뿐 아니라 배종옥, 김태우, 김범, 정은지의 열연은 ‘그 겨울’을 명품드라마로 이끌었다.
배종옥과 김태우는 극중 악역으로 설정된 이들이다. 배종옥이 연기한 왕비서는 고의로 오영(송혜교 분)의 눈이 실명에 이르도록 내버려뒀다. 김태우가 맡은 조무철은 오수(조인성 분)의 목숨을 빼앗는 청부업자로 오수의 최대 적이다.
왕비서는 오영을 눈을 멀도록 내버려둔다. 오영이 눈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회사를 대신 경영하고 오영의 일거수일투족이 자신의 손 안에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모두 그의 비뚤어진 모성애로부터 발현됐다. 오영을 진짜 딸처럼 여기고, 혈육처럼 사랑하기에 그의 어긋난 모성애는 잘못된 방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조무철은 오수의 목숨을 노린다. 78억을 빌린 사람이 오수가 아니란 것을 알지만, 그의 목표는 오직 오수의 몰락 혹은 제거다. 그러나 결국 조무철은 오수로부터 사랑의 존재를 깨닫는다. 오영을 향한 오수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조무철은 오수의 편이 돼 그를 돕는다. 그렇기에 결국 폐암으로 죽음을 맞는 조무철의 모습은 악역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이처럼 배종옥과 김태우의 역할은 악역이지만 악역이 아니다. 이들의 행동에는 이해 가능한 이유가 있고, 참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한 두 사람은 탁월한 연기로 ‘그 겨울’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왕비서와 조무철은 표현하기 힘든 성격의 인물들이었지만 배종옥과 김태우에 의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다.
젊은 연기자 김범과 정은지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김범은 오수를 친형보다 더 따르는 박진성 역으로 열연했고, 정은지는 오수의 죽은 전 여자친구의 동생이자 오수를 향해 증오와 애정을 동시에 내보이는 문희선 역을 맡았다.
박진성은 주연 배우들 만큼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수의 가짜 오빠 연기도 성공하지 못했다. 또한 마지막 회 오수가 박진성의 칼에 맞는 엄청난 반전의 묘미도 박진성 캐릭터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다. 문희선의 존재감도 그에 못지 않았다. 오수의 과거에 대한 죄책감을 상징하는 인물인 문희선은 끊임없이 오수를 고뇌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길지 않은 경력의 어린 배우들이지만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한 김범은 물론 아이돌 출신으로 이제 막 연기에 발을 들인 정은지 또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조인성, 송혜교의 아련한 사랑으로 그려진 ‘그 겨울’은 배종옥, 김태우, 김범, 박은지 등의 인물들에 의해 비로소 완성됐다.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어느 하나 평범하지 못했던 '그 겨울'의 인물들은 화창한 봄날에도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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