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에 가린 '12년차' 임세업의 꿈같은 1군 데뷔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4.04 22: 16

졌지만 꿈같은 데뷔전이었다.
4일 한화와 KIA의 경기가 펼쳐진 대전구장. 5시 30분이면 양팀의 선발출전명단을 제출하고 전광판에 선수들의 이름이 박힌다. 한화쪽 라인업에는 생소한 이름이 들어있었다. 9번타자, 좌익수 임세업(30)이었다.  그는 이날이 데뷔전이었다. 그것도 12년만의 이룬 꿈같은 무대였다.
외야수였던 임세업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2년 2차 7번으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투수로 전업했으나 2005년 방출당했고 삼성의 훈련 보조원으로 야구를 이어갔다. 선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임세업은 2007년~2008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었고 매주 초등학생을 지도하기도 했다.

2009년 KIA의 신고선수로 국내리그에 진입했으나 1년만에 다시 방출통보를 받았다. 그래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경찰청에 입대해 주장을 맡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11년 제대와 동시에 한화의 신고선수로 끈질긴 도전을 이어갔다.
임세업을 눈여겨본 이는 이종범 주루코치였다. 코치로 부임한 직후 임세업의 평범치 않은 야구인생과 성실성을 높게 평가하고 애정을 듬뿍주었다. 서산 마무리캠프에서 강한 어깨와 남다른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정식선수 발령을 받아 배번 48번을 부여받았고 스프링캠프에도 처음으로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스프링캠프에서 그는 자신의 오래된 꿈을 이야기했다. "1군을 밟아보고 싶어요". 그러나 개막 1군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프로의 벽은 여전히 높은 듯 했으나 기회는 금새 찾아왔다. 김응룡 감독은 개막 이후 한화의 외야 수비진이 연일 실책성 수비로 무너지자 5경기만에 임세업을 전격 발탁했다. 추승우와 연경흠이 2군으로 내려보내고 12년째 프로 초짜의 인생을 열어준 것이다.
김응룡 감독의 진짜 선물을 더 있었다.  임세업을 9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명단에 이름을 집어넣은 것이다. 11년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두근거리를 가슴을 누르며 1회초 수비수로 그라운드에 뛰어갔다. 눈부신 야간 조명과 관중들의 박수소리와 함성. 꿈같은 일이 펼쳐졌다.
2회말 공격에서는 드디어 타석에 들어섰고 무사 1,2루에서 KIA 선발 소사의 빠른 볼을 맞아 멋진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동점의 발판이 되었다. 12년만이 프로 첫 타석의 기록은 희생번트였다. 임세업 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회 2사후에는 소사의 2구를 끌어당겨 프로 첫 좌전안타를 터트렸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아뿔싸. 안타에 급흥분했을까. 2루 도루를 하려다 소사의 견제에 역모션을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섰지만 2루수 뜬공. 9회말 1사1,3루에서 1타점 좌중간 안타를 날려 타점도 올렸다. 그러나 경기는 4-12로 대패했다.  이날 관중은 5601명. 한화는 홈개막 3경기 모두 만원에 실패했다. 그러나 임세업에게는 야구일생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었다.
임세업은 경기후 "굉장히 떨리고 정신이 없었다. 견제사 당했는데 형들이 처음에는 그런것이라며 많이 위로해주었다. 지금도 어리둥절한데 앞으로 떨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데뷔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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