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베일을 벗은 SBS 새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하 내연모, 극본 권기영, 연출 손정현)이 맛깔스러운 대사와 톡톡 튀는 캐릭터의 공방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맛깔스러움을 제대로 살렸다. 여기에 국회와 정치인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가 주는 신선함은 차별화된 로맨틱 코미디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내연모’는 이응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정치적 색깔이 완전히 다른 두 국회의원이 여야(與野)와 전 국민의 감시 속에 벌이는 비밀연애 이야기를 담는 로맨틱 코미디물. 첫 방송에서는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던 여당 국회의원 김수영(신하균 분)이 언론법 날치기 통과 수비수로 이용당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 노민영(이민정 분)과 첫 만남을 갖는 과정이 그려졌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캐릭터의 매력과 에피소드의 재기발랄함에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이날 ‘내연모’에서는 그간 동일 장르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국회와 정치인이라는 설정이 주는 신선함이 시선몰이에 힘을 보탰다. 수영은 명문대 출신에 법관 재직 경력, 국회의원 신분까지 초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스스로의 오만함을 인정할 정도로 자신을 일반 대중과 차별화하는 캐릭터로, 개인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었다. 흑백논리를 증오해 그러한 시각에 대해 막말을 퍼붓다 국민으로부터 비난의 중심에 서지만 그럼에도 고고한 자존심을 잃지 않는 까칠한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 하지만 언론법 날치기 처리 과정에서 민영이 휘두른 소화기에 얻어맞는 봉변을 당하고 국민적 망신을 당해 폭소를 자아내는 반전 인물이었다.

민영의 캐릭터도 확실했다. 두 자리 의석수를 가진 진보당 의원으로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서 분노를 동력삼아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캐릭터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국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게 비튼 에피소드 역시 흥미로웠다. 국회 폭력 사태를 비롯해 법안의 날치기 통과 과정 등이 생생하게 재현됐고, 이 과정에서 초선 의원들이 중진 의원들에 의해 거수기로 이용당하는 현실과, 당의 이익에 따라 이전투구식으로 움직이는 여야 간의 싸움이 신랄하게 그려져 정치 소재 드라마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만큼 첫 방송에서 등장한 수영과 민영 사이의 물러섬 없는 싸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날 연애 감정의 기미는 ‘내연모’에 달콤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소화기 테러를 인연으로 병원에 입원한 수영과, 그의 꾀병을 귀신 같이 눈치 채고 대거리하는 민영의 다툼은 다소 과장됐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단박에 드러내는 신하균의 연기와, 과격함에도 사랑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이민정의 연기로 ‘내연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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