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장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응원문화 가운데 하나로 견제 야유가 있다.
견제구를 자꾸 던져 경기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에 대한 항의도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상대 투수의 기를 꺾어놓기 위한 팬들의 확실한 야유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각 구단마다 이 견제 구호는 다른데 때로는 이 견제구호가 웅원하는 팀을 구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마!’는 롯데 자이언츠의 견제 구호로 유명하다. 롯데를 상대하는 투수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야유 구호인데 이제는 외국인 투수들까지 ‘마!’를 안다.

그런데 난데없이 마산구장에 '마!'의 외침이 들린다. 분명 마운드위에 선 투수는 홈팀인 NC 다이노스의 선발투수인 에릭 해커다. 그렇지만 견제를 할 때마다 원정 응원석인 3루 쪽은 물론이고 홈 응원석인 1루 쪽도 떠들썩하다. 3루 쪽에서 ‘마!’를 외치면 1루에서는 '산!' 또는 '왜!', 혹은 '마!'와 같은 대답이 들려온다.
롯데의 득점이 나오자 1루 쪽에서도 일부 환호가 나오기도 한다. NC와 롯데의 3연전이 벌어지는 동안 마산구장은 뜨거운 열기로 용광로와도 같았다. 사실 마산은 야구열기가 뜨겁기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NC가 연고지로 정하기 전까지는 롯데의 제 2구장이 위치한 곳으로 롯데가 찾아오면 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제는 롯데가 마산구장을 찾을 때는 홈이 아닌 원정팀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팬들로부터 열성적인 응원을 받는다. 아직은 어쩔 수 없다. 창원의 많은 팬들은 이제 첫 발을 내딛은 NC를 응원하면서도 아직 마음 한 편에서 롯데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2일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선수단과 함께 구장을 떠났다. 이때 NC 모자를 쓴 남성 야구팬 한 사람이 술에 취해 불콰해진 얼굴로 "민호야, 니 단디(제대로) 야구해라"고 외쳤다고 한다. 여전히 롯데에 대한 애정을 잊지 못한 셈이다. 또한 마산구장 앞에서 만난 상인 역시 NC 모자를 쓴 채로 "NC 보니까 두 번이나 지데. 자꾸 지면 다시 롯데 응원해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30년 동안 응원을 해 왔던 롯데와 이제는 우리 식구가 된 NC. 시간이 지나면 NC 쪽으로 애정의 무게추가 기울 것이지만 롯데와의 첫 3연전을 지켜보며 일부 팬들은 아직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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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