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이성열(29)은 평소 매우 무뚝뚝한 선수다.
홈런을 쳐도 크게 기뻐하기보다 쑥스러워 하고 표정 변화도 많지 않다. 이성열이 최근 염경엽 넥센 감독을 상대로 하고 있는 홈런 세리머니도 그의 평소 성격이 그대로 느껴지듯이 엉뚱하고 투박한 '가슴 밀기'다.
이성열은 지난달 30일 개막전이었던 광주 KIA전에서 7회초 장외 투런포를 날린 뒤 홈으로 들어와 반기는 염 감독의 가슴을 손으로 밀었다. 이성열은 이후 3번이나 더 염 감독의 가슴을 밀며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염 감독은 4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성열이가 홈런을 치고 와서 갑자기 밀더라"며 웃었다. 염 감독은 "성열이가 이번 겨울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컨택 능력을 높이고 선구안도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성열은 이날 "개막전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데 감독님을 보니 그냥 밀고 싶었다"고 엉뚱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감독님 경기 첫 홈런은 내가 치고 싶었다. 감독님 연습경기 첫 홈런(미국 NC전)도 내가 치고 시즌 첫 경기 홈런도 내가 치게 돼 기뻤다"고 쑥스러워했다.
지난해 이성열은 7월 트레이드 후 더 성적이 떨어지며 마음고생을 했다. 염 감독은 그런 그를 감싸며 올해 지명타자로 낙점했다. 이성열은 자신을 믿고 꾸준하게 기회를 주고 있는 염 감독에게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고 그게 바로 홈런이었다.
이성열은 아직 칠 때 몰아치고 못칠 때는 다시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며 기복을 보이고 있다. 염 감독은 당분간 계속 지명타자로 출장시키며 이성열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생각이다. 이성열이 또 어떤 선물과 함께 염 감독의 가슴을 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autumnbb@osen.co.kr
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