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불타오르고 있다. 이대호(31, 오릭스 버팔로스)의 폭발적인 방망이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 후 더 큰 무대로 진출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대호는 4일 클리넥스 스타디움 미야기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 3득점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개막 이후 5경기 연속 안타이자 지난달 30일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 이은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였다. 타율은 4할5푼5리까지 치솟았다. 오비키 케이지(니혼햄, .550)에 이어 퍼시픽리그 타율 2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대호는 팀이 13-2로 넉넉한 리드를 잡은 6회 수비에서 교체되며 일찌감치 경기를 마쳤다. 그것이 아쉬울 정도로 좋은 타격감이었다. 장타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정확성을 염두에 둔 스윙으로 3안타를 뽑아냈다. 타구의 질도 좋았고 무엇보다 스윙이 부드러웠다. 이대호의 방망이는 코스와 구질을 가리지 않고 날카롭게 돌았다.

5회 세 번째 타석은 이대호의 타격감이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라쿠텐 세 번째 투수 기쿠치 야스노리는 이대호와 까다로운 승부를 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기쿠치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걷어 올려 2루타를 만들었다. 물 흐르는 듯한 스윙 궤적, 임팩트 순간에는 힘을 집중시키는 모습이 완벽했다. 이대호의 컨디션과 진가가 동시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대호는 5경기에서 타율 4할5푼5리(22타수 10안타)를 기록 중이다. 10개의 안타 중 2루타가 5개, 홈런이 1개로 장타율은 8할1푼8리에 달한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338이다. 타격 성적에 비해 타점(3점)이 적다는 것은 아쉽지만 이는 득점권 타석이 적은 것이 원인이다. 득점권 타율도 4할(5타수 2안타)로 준수한 이대호다. 오릭스 타선 전체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앞으로는 더 많은 타점 생산도 기대할 수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일본 진출 첫 해에 그것도 퍼시픽리그 최하위 오릭스에서 올린 성적이라 의미는 남달랐다. 동료들의 빈약한 지원과 상대의 집요한 견제라는 이중고를 모두 이겨냈다. 올해는 트레이드로 입단한 이토이 요시오가 이대호 앞에 포진해 동료들의 지원사격도 좀 더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은 확실하다.
2년 연속 맹활약이 이어진다면 이대호의 거취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대호는 오릭스와 2년 계약을 맺었다. 올해가 계약 기간 마지막 해다. 2년간 특급 성적표를 받은 이대호를 일본의 타 팀들이 눈여겨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른손 거포가 부족한 일본프로야구에서 리그 적응을 마친 이대호는 굉장히 매력적이며 가치가 높은 타자다.
이승엽(삼성)도 지바 롯데에서 2년을 뛴 뒤 기량을 인정받아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4년 30억 엔(354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기억이 있다. 이대호도 비슷한 길을 밟을 수 있다. 변수가 많은 메이저리그(MLB) 진출 가능성을 따로 떼어놓는다 하더라도 이대호의 인기는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복이라는 야망과 함께 고국을 떠난 이대호가 그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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