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데뷔전 악몽 떠올리며 "혹사는 없을 것"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4.06 10: 30

1988년 11월 23일.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대규모의,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트레이드가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는 심장을 맞바꿨다. 김시진, 전용권, 허규옥, 오대석은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고 최동원, 오명록, 김성현은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당대 최고의 투수 두 명을 맞바꾼 일은 선수에게는 큰 상처가 됐다. 가슴 속의 상처를 안고 김시진은 1988년 4월 14일 OB 베어스와의 사직구장 경기에 등판했다. 그날 김시진은 무려 14이닝동안 완투를 하면서 투수구 219개, 볼넷 14개를 기록해 개인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결과는 롯데의 2-1 승리, 연장 14회 1사 만루서 터진 조성옥의 적시타 덕분에 김시진은 가까스로 승리투수가 됐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홈 팬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인 김시진은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렇지만 부상의 계기가 될 줄이야. 5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김시진 감독은 "비까지 줄줄 오는데 연장 14회까지 200개 넘게 던졌다. 그날 이후로 팔이 완전히 맛이 갔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이어 "사실 끝낼 기회가 많았는데 앞에서 계속 타자들이 기회를 날렸다. 1사 3루 이럴 때도 점수를 계속 못 냈다"고 안타까워하더니 "게임 끝나고 다음날 밥을 먹으려는데 팔이 안 올라가더라.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 게 아니라 얼굴을 식탁에 박고 먹었다"고 시늉을 했다.
빗속에서 14이닝을 홀로 던졌던 김 감독은 이후 롯데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989년 4승 9패 평균자책점 3.87, 1990년 7승 10패 평균자책점 4.04를 거뒀고 1991년에는 2승 4패 평균자책점 6.18로 더욱 나빠졌다. 결국 롯데가 우승을 했던 1992년 김 감독은 4경기 1패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본인이 혹사 끝에 선수생활을 마감했기 때문에 김 감독은 가급적이면 투수들을 무리시키지 않는다. 투수출신 감독이기 때문에 투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오늘(5일)은 김사율 선수를 빼고 전원 대기”라고 말했다. 김사율은 4일 창원 NC전에서 2⅔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6일 전국적으로 큰 비가 예상되기 때문에 롯데는 5일 투수운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또한 다음 주중 3연전에서 쉬기 때문에 4일의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여유가 있다고 총력전을 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투수들이 지금 당장 많이 던지면 무리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데미지는 계속 누적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하면서 김 감독은 자신의 선수생활을 그치게 했던 오른쪽 팔꿈치를 계속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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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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