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의 파격, “퍼펙트한다고 5승 주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06 06: 41

대기록을 눈앞에서 날렸지만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퍼펙트 경기를 놓친 다르빗슈 유(27, 텍사스 레인저스)가 아쉬움이 없다는 생각을 재차 드러냈다.
메이저리그(MLB) 2년차를 맞아 지난해(16승)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는 다르빗슈는 올 시즌 첫 경기부터 대형사고를 칠 뻔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9회 2사까지 탈삼진 14개를 곁들이며 퍼펙트 피칭을 이어간 것이다. 마지막 한 타자만 잡으면 MLB 통산 24번째 퍼펙트 경기를 달성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그러나 다르빗슈는 마지막 타자였던 마윈 곤잘레스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퍼펙트 행진이 깨졌다. 자신의 다리 사이로 빠져 나간 타구이기에 허탈감은 더 컸다. 그러나 다르빗슈는 아쉬움이나 분한 표정 없이 미소와 함께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르빗슈는 경기 후 “퍼펙트 경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됐다”라고 말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워낙 강렬한 투구였기에 여운도 진하다. 자국인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관련보도가 꾸준히 나오며 다르빗슈의 역투를 조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르빗슈는 5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다시 한 번 당시 경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시간이 지나도 다르빗슈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쉬움보다는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였다.
다르빗슈는 “마지막에 안타를 맞긴 했지만 스스로는 ‘잘했다’, ‘사사구가 없는 것이 좋았다’라고 생각했다. 분한 것은 없다. 오히려 주위가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웃을 수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실제 텍사스 동료들은 다르빗슈의 퍼펙트 경기가 깨지자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좌절했다. 이런 동료들에게 다르빗슈가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어 다르빗슈는 “예전부터 말해왔던 것과 같이 퍼펙트 경기도 1승에 불과하다. 퍼펙트 경기를 한다고 해서 3승이나 5승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안타를 맞고서는 ‘너에게는 아직 퍼펙트 경기가 이르다’, ‘더 노력하라’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직 멀었다”라고 강조한 뒤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라는 감사의 표현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16승9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한 다르빗슈는 첫 경기에서의 인상적인 투구로 올 시즌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MLB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 터라 20승 가능성까지 인정받고 있다. 첫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남은 시즌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한 다르빗슈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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