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과제, 결국은 ‘직구와 몸쪽’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06 06: 41

투수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가 있다. 투수의 기본은 직구고 몸쪽 승부를 잘해야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류현진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역사적인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6⅓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3실점(1자책점)으로 첫 경기를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비록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자격이 있음을 충분히 증명한 한 판이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로 확정됐다. 샌프란시스코보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아래인 팀인 만큼 첫 승 도전의 좋은 기회다. 다만 전제조건은 분명하다. 첫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직구 구위와 몸쪽 승부라고 할 수 있다. 비단 피츠버그와의 경기뿐만 아니라 MLB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다.

직구 구속이 빠르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볼끝과 제구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다만 첫 경기에서 보여준 류현진의 직구 구위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의 일반적인 평가다. 류현진은 이날 90마일(144.84㎞) 전후의 직구를 던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최고 구속은 92마일(148㎞)이었다. 최저 구속은 84마일(135㎞)이었으나 직구보다는 슬라이더에 가까운 구종으로 보였다.
다만 4회 아리아스에게 92마일짜리 직구를 던진 이후에는 구속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5회부터 7회까지 가장 빠른 공은 90마일이었다. 스피드건의 차이는 감안해야겠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그렇게 높아지지 않은 수치다. 한화 시절처럼 자신이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났다는 점, 좀 더 집중해 던진다는 점에서 구속 향상이 예상됐으나 첫 경기에서는 그런 효과가 미비했다.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는 것은 이제 MLB의 모든 타자들이 안다. 커브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도 류현진의 변화구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나온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 안타 허용 구종을 보면 체인지업이 4개(번트 안타 1개 포함), 커브가 2개로 변화구가 60%를 차지했다. 무기가 읽힌 상황이라면 오히려 직구 승부가 타자들의 허를 찌를 수 있다. 한 번 먹히면 타자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한편으로는 과감한 몸쪽 승부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류현진은 이날 전반적으로 바깥쪽 승부에 치중했다. 우타자 몸쪽으로 들어가는 승부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비교적 몸쪽 공에 박한 MLB의 스트라이크존의 영향도 있겠지만 계속 바깥쪽으로 승부를 하다 보니 패턴이 단조로워진 부분이 있다. 류현진도 경기 후 “다음부터는 좀 더 안쪽으로 던져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의 최대 장점은 역시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다. 국내 타자들은 “알고도 못 치는 구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언제든지 몸쪽을 찌르는 직구가 들어올 수 있다’라는 두려움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MLB 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좌우 코너웍이 능한 류현진이기에 무리한 주문도 아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로스엔젤레스(미 캘리포니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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