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뜨는 잠수함들, 어뢰의 위력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06 06: 44

잠수함들이 단체로 출격 준비를 마쳤다. 잠수함 유형 투수들의 올 시즌 성적,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6일 프로야구가 열리는 4개 구장에는 총 4명의 옆구리 유형(언더핸드, 사이드암)의 투수들이 출격한다. 사직에서는 이재곤(롯데), 대구에서는 이재학(NC), 잠실에서는 우규민(LG), 대전에서는 김병현(넥센)이 각각 팀 승리를 위해 선발 등판한다. 정통파가 아닌 선수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선발 등판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최근 잠수함 유형 투수들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리그를 주름잡는 스타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편대의 위용과 공격력 모두가 약해졌다. 2011년 박현준(전 LG) 정도가 10승 이상을 달성한 근래의 선수다. 지난해는 아예 5승 이상도 없었다. 변진수(두산) 우규민(LG)이 4승으로 공동 선두였고 그나마 풀타임 선발도 아니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옆구리 유형의 선수들이 뜸해졌다. 예전에는 아마시절 일부러 팔 각도를 내리는 일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사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현장의 귀띔이다. 정통파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선수나 지도자나 이런 변신을 꺼리는 것이다.
여기에 잠수함 잡는 ‘기뢰’들도 늘어났다. 부쩍 늘어난 좌타자들은 잠수함 투수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옆구리 투수들은 좌타자에게 약하다”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그대로 실전에 적용하는 지도자가 많다는 것도 장애물이다. 계투에서는 종종 잠수함을 볼 수 있지만 선발로서는 보기 어려운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는 ‘부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각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잠수함들이 끼어 있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6일 경기에 이 투수들이 나란히 선발 출격한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부활을 노리고 있는 김병현이다. 김병현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4피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2연승 도전이다.
지난해 한국에 복귀해 넥센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은 공백기가 있었던 탓인지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19경기에 나가 3승8패3홀드 평균자책점 5.66에 그쳤다. 하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은 김병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해에 비해 어이없이 좌우로 날리는 공이 줄었다. 올해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거를 설명했다.
LG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찬 우규민도 기대와 함께 잠실 라이벌 두산을 상대한다. 선발 전환 케이스라는 점에서 잠수함 편대에서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 선수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달 31일 문학 SK전에서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공격적인 승부와 힘과 제구를 모두 갖춘 직구가 돋보여 김기태 LG 감독의 합격점을 받았다.
이재곤과 이재학은 올 시즌 첫 선발 출격이다. 2010년 8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떠올랐던 이재곤은 2011년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더니 지난해에는 8경기에서 7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다만 스프링캠프 기간 중 주무기인 싱커를 뒷받침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연마에 땀을 흘렸다. 벤치의 평가도 좋은 편으로 결국 선발 기회를 얻었다.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큰 첫 등판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의 ‘에이스’였던 이재학은 소속팀 NC의 역사적인 첫 승리를 위해 나선다. 비록 경험은 부족하지만 지난해 많은 경기에 뛰며 급성장했고 제구가 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부담이 크긴 하지만 배짱도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NC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단체로 뜬 잠수함 편대가 어뢰를 쏘아대며 상대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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