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생각하나요? 글쎄요… 한 번 지켜보세요”
SK의 오키나와 캠프가 끝을 달려가고 있을 무렵, 이만수 SK 감독은 알 듯 모를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예 선수들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시즌에 들어가면 기존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 감독은 “실전에 들어가면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라인업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랬던 이 감독의 자신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SK 신예 선수들의 성장세가 도드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는 골수팬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이명기 한동민이 팀을 이끌고 있고 마운드에서는 여건욱이 팀에 시즌 첫 승을 안겼다. 단순히 모양새만 살펴보면 오히려 기존 선수들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명기 한동민은 팀의 주축 타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개막 후 5경기 중 4경기에서나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은 이명기는 타율 4할5푼(20타수 9안타), 4타점, 1도루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지훈련에서 “이명기가 가장 돋보인다”라고 했던 이 감독의 말이 허언은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치열한 외야 주전 경쟁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3번과 4번을 오간 한동민 역시 타율 2할6푼3리,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시범경기 타점왕(9개)의 기세가 개막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5개의 안타 중 3개가 2루타였을 정도로 장타력도 뽐냈다. 3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의 역투로 데뷔 첫 승을 따낸 여건욱 역시 전지훈련 당시 이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던 선수다. 그 외 조성우 문승원 박승욱 등의 선수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의미가 크다. 단순히 팀의 2연승을 이끌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세대교체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던 SK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어서다. 당장의 성적은 물론 미래도 생각해야 하는 팀으로서는 고무적이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기존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경쟁은 팀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통한 팀 내 경쟁'이라는 이 감독의 생각은 이제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이제 이 감독은 그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기존 선수들의 반격이다. 이 감독도 신진급 선수들이 언제까지나 이런 활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감독은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결국 기존 선수들이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장 정근우를 비롯, 박정권 김강민 박재상 조인성 조동화 등이다.
이들은 시즌 초반 썩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감독이 원하는 이상적인 그림은 기존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는 동시에 신예 선수들이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여기에 재활 선수들이 돌아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기존 선수들이 살아나면 해볼 만하다”라고 자신하는 이 감독의 구상도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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