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질주했고 한화는 뒷걸음질쳤다. 넥센은 기록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반면 두산은 기복이 심하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빅이닝’에서도 하나의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프로야구가 6일 개막 1주일째를 맞이한다. 물론 아직 시즌 극초반이라는 점에서 전체 판도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경기력과 순위표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KIA가 강세를 보이고 중위권이 두꺼워지며 한화와 NC가 고전할 것”이라는 대략적인 시즌 전망과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흐름이 한 번에 넘어가는 경기가 많다는 것도 올 시즌 초반의 특징이다. 대량득점을 통해 주도권을 잡거나 경기를 역전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 이닝에 대량득점이 난다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경기 흐름을 일거에 잡을 수 있다. 반대로 당하는 팀으로서는 흐름과 분위기, 그리고 사기까지 죄다 잃는다. 야수들의 체력적 손실도 크다. 이른바 대량득점 이닝을 일컫는 ‘빅이닝’ 성적표가 전체 순위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성적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팀은 역시 KIA다. 개막 후 6경기에서 한 이닝에 5점 이상을 낸 경우가 3번이나 됐다. 9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간신히 5점을 맞춘 것도 아니다. 4일 한화전에서는 9회 팀 역대 한 이닝 최다 안타(11안타) 타이 기록을 쓰며 대거 9점을 뽑았다. 5일 롯데전에서도 7회 6점을 뽑았다. 말 그대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당한 팀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시점도 절묘했다. 두 이닝 모두 팀이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빅이닝이었다. 상대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은 셈이다. 한편 한 이닝에 3점 이상을 뽑아낸 경우도 8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달라진 KIA의 공격력과 응집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KIA는 이처럼 타오르는 공격력을 바탕으로 롯데와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4승2패로 3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의 선전도 빅이닝과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다. 사실 넥센의 투타 성적은 순위만큼 뛰어나지 않다. 2할6푼6리의 팀 타율은 전체 평균(.267)보다 떨어지고 평균자책점도 5.26으로 전체 평균(4.79)보다 높다. 그러나 리그에서 가장 높은 장타율(.438)을 바탕으로 5차례나 3점 이상 득점 이닝을 만들어냈다. 두산과 함께 공동 2위다.
결과의 기복이 심한 편인 두산의 경기력도 이와 연결지어볼 수 있다. 두산은 5점 이상 이닝 한 차례를 포함, 3점 이상 득점 이닝이 총 5번에 달했다. 개막전에서 삼성을 만루홈런 두 방으로 두들긴 것이 상징적이다. 그러나 당하기도 많이 당했다. 3점 이상 허용 이닝이 5번으로 공동 1위였다. 이 때문인지 성적도 3승3패로 딱 5할이다.
한편 개막 후 6연패에 빠져 있는 한화의 부진 역시 일정 부분은 빅이닝으로 설명 가능하다. 한화는 6경기에서 한 이닝에 3점 이상을 낸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리그에서 유일했다. 팀 타율이 2할8푼2리에 이르렀지만 6경기에서 잔루가 50개나 됐을 정도로 응집력 부족을 드러냈다. 여기에 떨어지는 작전수행능력, 여전히 거북이 걸음인 기동력이 겹쳐 답답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반대로 무너지는 경우는 가장 많았다. 5점 이상을 허용한 이닝이 3번이었고 3점 이상 허용한 이닝까지 합치면 8번에 달했다. 시기도 민감했다. 8번 중 절반인 4번이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동점 혹은 역전을 당한 경우였다. 한화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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