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게 없다. 공수주 모두 능하다. 현재윤(34)의 두 번째 야구인생이 잠실에서 활짝 피어나고 있다.
2013시즌이 개막한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LG 상승세의 첫 번째 주역은 포수 현재윤이다.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현재윤은 모든 경기(6경기)에 선발출장하며 타율 3할7푼5리 2타점 OPS 1.036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기본적인 포수 임무뿐이 아닌, 하위타순의 첨병 역할까지 100% 소화하며 포수난에 빠진 LG의 구세주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재윤에 대한 기대치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포수진의 맏형 역할 정도를 수행할 것 같았다. 당시 LG 김정민 배터리코치는 “체구는 작지만 민첩성이 좋다. 최근 일본의 경우 체구보다는 포수의 민첩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윤이 베테랑답게 포수진 분위기를 이끄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도 LG 코칭스태프는 현재윤이 포수진의 리더로서 팀에 경험을 더하는 존재가 되리라 예상했다. 장광호 배터리 코치는 현재윤에 대해 “선수가 코치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지만 바로 옆의 선배가 어떻게 플레이하는 지를 보고 배우는 부분도 크다. 현재윤으로 인해 윤요섭과 조윤준이 많이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발출장 여부는 확실치 않다. 적어도 마지막 이닝 마무리투수 봉중근과 함께 경기를 끝내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윤은 캠프를 마친 후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처음 배터리를 이루게 된 LG 투수들과 절묘한 호흡을 과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윤요섭과 조윤준보다 노련하고 안정감 있게 마운드를 리드했다. 결국 시범경기 마지막 주에 LG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2013시즌 주전포수로 현재윤을 낙점, 현재윤은 약 2년 만에 돌아온 1군 마운드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올 시즌 첫 번째 잠실 라이벌 매치였던 5일 두산전에서도 현재윤의 활약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홈팬들 앞에서 그라운드에 선 현재윤은 2회말 우전 적시타를 날려 LG의 첫 번째 득점을 올렸고 위기 순간마다 절묘한 리드로 두산의 추격을 잠재웠다.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좀처럼 직구 로케이션을 잡지 못하자 간간히 변화구를 주문하면서 컨트롤을 잡도록 유도했다. 7회초 김동주를 상대했던 절제절명의 순간에는 구원투수 정현욱에게 몸쪽 직구를 주문, 김동주를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경기 후 현재윤은 “이렇게 꽉 찬 잠실구장에 서게 되니 기분이 남달랐다. 분명 삼성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팬들께서 나를 LG 트윈스의 진정한 일원으로 대해주시는 거 같아 감사하다”고 새 팀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보내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현재윤은 경기 상황을 회상하며 “리즈는 구위가 굉장히 좋은 선수다. 그럼에서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두산 타자들도 리즈를 흔들기 위해 루상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리즈가 그저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하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위기순간에 대해서도 “7회초 김동주를 몸쪽 직구로 잡은 것은 (정)현욱이 형과 미리 계획을 짜놓은 결과였다. 8회초 때에도 양의지가 변화구를 노리는 스윙을 해서 몸쪽 직구를 주문했는데 정확히 적중했다. 포수로서 이런 순간이 가장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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