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시즌 꾸준히 2군 선수들을 1군에 올렸다. 개막전부터 정주현 김용의 김재율 양승진 유강남 같은 신진세력을 거침없이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시즌 중에도 최영진 이천웅 윤정우 등을 1군으로 올려 선발출장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의 신진세력 발굴은 올 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4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외야수 이천웅을 1군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이천웅이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서 1군과 동행하지 않았던 것을 돌아보면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김 감독은 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천웅의 콜업에 대해 “천웅이가 2군에서 굉장히 좋다는 보고를 받았다. 배트스피드도 가장 빠르다고 하더라”며 “올해도 2군에서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1군에 올릴 생각이다. 1군에 올라오면 벤치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실전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LG는 시즌 초반에는 상위권에 자리했다. 올 시즌 역시 5일까지 6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4승 2패로 3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상승세의 요인을 살펴보면 이전 시즌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보통 LG는 시즌 초부터 기존 스타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쳤다. 2012시즌에는 정성훈이 4번 타자 자리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4월 한 달 동안 홈런 7개를 폭발시켰다. 2011시즌에는 박용택이 4월 타율 3할4푼6리 홈런 6개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비록 이제 겨우 6경기지만 올 시즌은 다른 양상이다. 지난겨울 트레이드로 영입한 현재윤이 타율 3할7푼5리로 팀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용의가 타율 3할6푼4리, 정주현이 타율 3할3푼3리로 활약 중이다. 물론 박용택과 정성훈도 각각 3할4리, 3할5푼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신진세력의 시즌 초 활약은 LG에 있어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짜놓은 계획대로 새 얼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의와 정주현 모두 지난 시즌부터 김기태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가 집중 조련한 선수들이다. 작년 1년 동안 팀 연습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둘은 따로 배팅 케이지에 들어가 타격훈련에 임하곤 했다. 전지훈련 때도 김용의와 정주현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야간 자율훈련을 했다. 정주현의 경우, 김기태 감독의 맨투맨 레슨과 함께 타격 폼을 바꿨고 올 시즌 컨택과 파워 모두 한층 나아졌다.
반복해서 실전에 나가다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들 만의 경기 감각도 드러나고 있다. 김용의는 빠른 다리를 이용, 출루시 언제나 상대 내야진의 빈틈을 노린다. 정주현은 4일 목동 넥센전에서 번트 타이밍 때 슬래시에 임해 동점을 만드는 3루타를 날렸다. 정주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벤치에선 번트사인이 났다. 하지만 상대 내야진이 앞에 있어 임의로 슬래시를 했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고 회상했다.
항상 LG는 시즌 중반 주축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추락의 아픔을 맛봤다. 지난 시즌도 6월초 이진영이 경기 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팀을 이탈, 6월 중순 봉중근의 손등 부상과 동시에 기나긴 연패가 시작됐다.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에 주전 한 두 명의 이탈은 곧 팀 전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 LG는 지금도 베스트 전력이 아니다. 주장 이병규(9번)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5월에나 복귀할 예정이다. 이병규(7번) 최동수 이대형 또한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신진세력의 활약이 이들의 공백을 무색케 하고 있다. 10년 동안 얕은 선수층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했던 LG의 2013 희망요소 역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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