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과 조인성은 연예계에서 손에 꼽는 절친이다. 전 소속사 싸이더스에서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눴던 의형제다. 서로가 서로를 가장 친한 친구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이, 알려진 대로 차태현 조인성 송중기 이광수 등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연기와 작품에 대한 조언을 교환하는 든든한 선후배이자 형제다.
조인성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출연을 앞두고 있을 때도 그랬다. 차태현은 오랜만의 작품 활동을 앞두고 고민과 긴장에 사로잡힌 조인성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을 던졌다. 조인성의 용기와 각오는 백배가 됐고 결국 8년 만의 드라마이자 군 입대 후 5년 만의 신작에서 미친 저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끝낸 조인성을 5일, 만났다. 조인성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처음 출연한 소감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꽤 고민스러웠던 기억을 꺼냈다. '노.희.경'이란 이름 석 자만으로도 대가(大家)의 포스가 가득한 스타 작가와의 첫 호흡, 물론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만큼 부담과 염려도 컸던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군 전역 후 예상보다 긴 공백을 보내던 터에 만난 작품인 만큼 기대와 동시에 긴장도 배가 될 수밖에 없던 참이다.

그 때 조인성에게 차태현은 따뜻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리고 조인성의 마음을 정돈되게 했다. 이날 조인성은 "처음에 (차)태현이 형을 만나 '노희경 작가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말했더니 '잘했다'고 했었다"며 "형에게 겁이 난다고 했는데 형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노 작가님이 만일 정말 어렵고 불편한 분이라면 다른 배우들이 그 분과 작업을 했겠나. 많은 배우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작가다. 좋은 분이고 정확한 분일 거다. 나도 네가 부럽다'고 말해줬다"고 밝히며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합류하면서 차태현으로부터 격려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물론 조인성은 이미 오래 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영화 '비열한 거리' 등을 통해 성숙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배우다. 하지만 공백도 있던 데다 워낙 대작가로 손꼽히는 노희경과의 작업을 상상하니 덜컥 겁을 집어 먹기도 했다. 차태현의 조언과 응원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오수로 살게 하는 데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줬다. 그리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이자 형에게서 들은 '(노작가와 함께 작품을 하다니) 부럽다!'는 말은 그에게 상당한 자극제가 된 듯 보인다.
결국 조인성은 오수의 이름으로 펑펑 울고 훨훨 날며 5개월을 보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조인성의 열연과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 촘촘히 박힌 명품 드라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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