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삶이 길었던 만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견해 또한 확고했다. 쓰레기 더미의 “짐승 냄새가 나는” 집이든, “남이 자고 가는 건 절대로 싫”은 결백남의 집이든 ‘서식지’를 지키려는 혼자 사는 남자들의 주거지 수호 의지는 그 결연함으로 피식피식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어쩐지 처량함을 숨길 수 없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사는 남자들의 모임 무지개 회원들이 서로의 집에 방문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데프콘의 집에는 이성재가, 김광규의 집엔 김태원이, 서인국의 집엔 노홍철이 각각 방문해 나와 다른 또 다른 혼자 사는 남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목격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서인국과 노홍철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극과 극의 주거 관리 패턴을 지니고 있는 만큼 서로가 느끼는 문화적 충격의 크기가 여느 무지개 회원들 보다 극명하게 드러났다. 음료수 캔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도 각을 맞춰 놓을 정도로 정리정돈과 청결에 민감한 노홍철은 청소와는 담을 쌓고 사는 서인국의 집안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청소를 하지 않아 군내가 나고 그것도 모자라 각방마다 그 냄새가 다르다며 코를 쥐는 노홍철의 모습에 서인국은 무안해 하면서도, 라이프스타일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발끈하기도 한다.

노홍철 역시 서인국의 방식을 존중한다면서도 말과는 달리 몸으로는 이미 집안 곳곳에 손을 대며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변화란 좀처럼 쉽지 않음을 드러내며 웃음을 자아낸다.
데프콘과 이성재의 조합도 흥미로웠다. 노홍철과 서인국이 극과 극의 주거지 풍경으로 부딪쳤다면, 두 사람은 어른과 아이 같은 태도로 티격태격 맞붙었다. 데프콘의 집을 방문해 집안 곳곳을 구경하며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가리켜 서슴없이 “이거 줘”라고 말하는 이성재의 모습은 천진하기 그지없었고, 이를 지켜보는 데프콘의 황당한 표정은 시트콤의 한 장면이었다.
무지개 회원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혼자 사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로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 속에서 1인가구로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을 채택하고 이를 쌓아간 시간만큼 견고해졌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누군가로부터 제약을 받는 건 싫은 이들의 모습은 주거지를 방문해 서로의 삶 구석구석에 잔소리를 하는 또 다른 혼자 사는 남자들의 모습으로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지적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도 변화란 쉽지 않다. 나 혼자 사는 남자들이 안고 사는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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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