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은퇴경기는 미뤄진 거죠?” “날 울리지 마라 신인주제에...”
농구만화 슬램덩크서 강백호가 권준호에게 날렸던 명대사다. 만약 전자랜드가 3차전을 잡았다면 신인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지만 만화 같은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인천 전자랜드는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에게 90-84로 졌다. 6강에서 삼성을 3-0으로 이기고 올라온 전자랜드는 4강에서 허무한 3연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발목부상을 입었지만 역시 강혁이었다. 그는 2쿼터 5분 29초 남기고 첫 투입됐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공격이 막힐 때 풀어줄 수 있는 선수가 강혁”이라며 조커로 쓰겠다는 뜻을 내비쳤었다.
강혁은 속공상황에서 디앤젤로 카스토에게 절묘한 패스를 내줬다. 전자랜드는 38-35로 전세를 뒤집었다. 3쿼터 7분 41초경에는 다시 3점슛으로 43-42, 역전을 이끌었다.
전자랜드 후배들은 눈빛이 달라졌다. 승리라는 선물로 존경하는 선배의 은퇴를 잠시라도 늦추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혁은 4쿼터 종료 1분 6초를 남기고 다시 코트에 들어섰다. 이미 82-72로 승부가 기운 상황. 관중들은 ‘강혁’을 연호하며 그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랬다. 강혁은 경기종료 5초를 남기고 선수생활 마지막 3점슛을 던졌다. 손을 떠난 공은 깨끗하게 그물을 갈랐다. 강혁은 6점, 3어시스트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코트 중앙에서 치러진 은퇴식에서 강혁은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조동현, 이규섭, 정영삼 등 선후배들과 최부영 경희대 감독, 안준호 경기이사 등 은사들의 격려메시지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장을 가운 메운 팬들은 끝까지 강혁의 퇴장을 지켜줬다. 승패를 떠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포츠의 진정한 참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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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삼산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