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예상을 뒤엎고 중원을 장악하는 플레이로 제주 유나이티드를 무너뜨렸다.
파비오 감독 대행이 지휘하는 전북은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제주와 홈경기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최근 1무 1패의 부진에서 탈출해 3승 1무 1패(승점 10)를 기록한 전북은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전북은 최전방 공격진을 이동국과 김신영으로 꾸렸다. 이동국은 185cm, 김신영은 186cm의 장신 공격수. 두 선수 모두 제공권 장악에 일가견이 있는 만큼 긴 패스를 통한 해결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특히 아침 일찍부터 비가 내린 탓에 패스의 정확성이 떨어져 제공권을 이용한 전북의 공격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였다.

제주도 전북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경기 전 박경훈 제주 감독은 "좌우 측면의 에닝요와 레오나르도의 돌파가 좋다. 그리고 크로스도 많이 하는 만큼 측면 돌파는 주더라도 이동국과 김신영에게 공이 안 가도록 잘 막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중원에서의 압박을 통해 상대를 봉쇄하고 우리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감독의 의도처럼 경기가 풀리지는 않았다. 중앙 미드필더로 김상식과 박세직을 배치한 전북이 송진형과 양준아, 윤빛가람, 오승범 등으로 구성된 제주에 밀리지 않은 것. 특히 김상식은 만 37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동량과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제주의 패스 길목을 모두 차단했다.
제공권 장악 능력에서 월등한 전북은 공격을 펼치는 데 있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제주의 중원 압박이 약해진 만큼 자유로워진 전북은 긴 패스와 짧은 패스를 모두 이용해 제주를 거세게 몰아쳤다. 중원에서의 점유율도 높아졌고, 그만큼 공격진의 위력은 배가 됐다.
선제골은 당연히 전북의 몫이었다. 짧은 패스 플레이가 전북의 선제골을 만들었다. 전반 32분 아크 정면에서 공을 잡은 에닝요는 이동국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후 박스 오른쪽으로 침투,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제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일회성에 그치는 패스 플레이가 아니었다. 전북은 전반 44분에도 김신영이 이동국과 짧은 패스를 주고 받아 제주의 오른쪽을 침투, 크로스를 올려 이동국이 문전에서 슈팅까지 이어갈 수 있게 했다. 전북이 좌우 측면과 중원을 이용하자, 제주는 전북을 막는데 있어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또한 전북의 능수능란한 짧고 긴 패스가 제주를 지속적으로 흔들었다. 전북은 페드로의 개인기에 뚫려 한 때 동점을 허용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펼쳐 후반 41분 서상민의 슈팅으로 승리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파비오 대행은 "이동국과 케빈 등 전방 공격수들에게 공을 받고 나서 다시 2선에서 오는 선수들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3일 우라와 레즈(일본)전에서 이동국이 내줘 이승기가 골을 넣은 것, 그리고 오늘 에닝요의 골을 도운 것 모두 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내 주문을 잘 따라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제주는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경기를 끝냈다. 제주는 후반 동점골 이후 자신들의 강점인 미드필더 싸움에서 조금씩 우위를 찾아오며 역전을 이끌어 낼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전북이 펼친 예상 외의 중원 플레이에 막혀 결정적인 순간에는 득점으로 연결될 만한 패스를 넣지 못했다. "우리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던 박 감독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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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