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뛰는 야구가 심상치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팀 컬러 변화를 예고했다. 줄어든 장타를 뛰는 야구로 극복하겠다는 김시진 감독의 복안에 따른 것이었다. 김 감독은 한 베이스 더 달리고 두려움없이 뛰는 야구를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그 효과는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5일 현재 롯데의 팀 도루는 16개로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 단순계산을 해 보면 올 시즌 롯데는 341개의 도루를 기록한다는 믿기 힘든 결과가 나온다. 물론 시즌이 지나면 도루 페이스는 둔화되기 마련이지만 롯데의 뛰는 야구는 주목할 만하다. 참고로 단일시즌 팀 최다도루 기록은 1995년 롯데(220개)가 갖고 있다.

롯데의 도루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벤치의 적극적인 지시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도루하지 말라는 사인은 있어도 도루 하라는 사인은 없다. 1번부터 9번까지 그린라이트다”라고 강조한다. 작년 김 감독은 넥센에서 느림보 팀을 시즌 179도루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2012년 넥센은 팀 도루 1위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도루 실패를 해도 좋다”고 말한다. “본인이 몸소 도루실패를 하면서 느껴야 기술이 늘어난다. 실패와 경험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선수구성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도루가 많아진 데에는 세밀한 전력분석이 힘을 발휘했다. 롯데 야수들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전력분석 팀에서 준비해 준 투수의 투구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한다. 셋 포지션 자세에서 투수의 어깨 각도가 얼마나 돌아가야 투구인지 아니면 견제인지를 영상을 통해 눈으로 익힌다.
결국 롯데 팀 도루의 증가는 롯데에 세밀한 분석야구가 뿌리를 내렸다는 걸 의미한다. 찰나의 순간에 아웃과 세이프가 갈리는 도루는 달리기 속도만큼이나 투수의 작은 버릇을 잡아내고 빈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롯데와 상대한 모 팀 코치는 “우리 투수들의 쿠세(버릇)를 훤히 보고 있는 것 같더라. 롯데가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현재의 도루 페이스가 꺾일 수밖에 없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의 도루 페이스에 변곡점이 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팀들의 견제다. 달리는 야구를 팀컬러로 표방한 롯데는 앞으로 숱한 견제를 받게 된다.
롯데 박계원 주루코치는 “앞으로는 지금처럼 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확실히 전력 상위권 팀과 상대를 해 보면 도루하기가 힘이 든다. 투수 견제동작, 포수의 송구 등 여러 가지가 모두 뛰어나다. 우리 팀의 주루능력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강팀과 붙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롯데는 5일 벌어졌던 KIA전에서 2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비록 경기는 3-9로 졌지만 KIA를 상대로도 롯데의 뛰는 야구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롯데를 상대할 팀의 배터리는 더욱 머리가 복잡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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