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질 것이라던 이천수, 포항전은 어땠나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4.07 06: 59

점차 나아질 것이라던 이천수(32, 인천 유나이티드). 복귀 후 2번째 경기였던 포항 스틸러스전은 어땠을까?.
인천은 지난 6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3 5라운드 포항과 원정 경기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후반 28분 손대호가 헤딩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3분 뒤 황진성에게 페널티킥 만회골을 내주며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3연승으로 리그 선두에 올라 있는 포항과 이천수가 복귀한 인천(5위)의 격돌이라 이목이 쏠린 빅매치였다. 결과 못잖게 기대가 모아진 것은 복귀 후 2번째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이천수의 발끝이었다.

이천수는 지난달 31일 대전 시티즌과 홈경기서 고대하던 복귀전을 치렀다. 2009년 6월 20일 전북 현대전 이후 무려 1381일 만에 K리그 무대에 섰다. 전매특허인 빠른 발과 위협적인 측면 돌파는 여전했다. '이천수'라는 이름 석 자를 홈 팬들 앞에 확실히 아로새겼다.
하지만 크로스와 슈팅의 정확성에서 분명 아쉬움도 남겼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어떤 선수든지 공백기 뒤 첫 경기는 힘들 것이다. 결정적인 역할은 못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다음 경기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이천수도 "기술 피지컬 감각 등 모두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경기를 뛰다 보면 100% 몸이 올라올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스틸야드를 찾은 이천수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친 듯했고,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해 보였다. 몸을 푸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도 실로 오랜만에 스틸야드를 찾아온 손님을 반겼다. 그리고 후반 20분 출격을 명받았다. 김 감독은 수세에 몰려 있던 후반 중반 지체 없이 이천수라는 칼을 빼들었다. 경기 전 "공격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할 때 이천수를 투입하겠다"던 김 감독의 말과 일맥상통했다. 이날 인천의 첫 교체였다.
자신을 가장 먼저 선택해 준 수장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라운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앞선을 이끌었다. 종료 직전까지 포항의 공세가 워낙 거센 터라 보여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단 두 장면만으로도 몸 상태가 올라오고 있음을 입증했다.
좌측 공격수 남준재와 바통을 터치한 이천수는 후반 26분 질풍같은 드리블로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제친 뒤 크로스를 올렸다. 정확성에서 아쉬움이 남았으나 폭발적인 드리블로 스틸야드를 찾은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후반 41분에는 우측면에서 자로 잰 듯한 프리킥을 선보였다.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포항의 뒷마당에 떨어졌다. 동료들의 부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발끝이 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천수의 부활은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그의 발끝이 날카롭게 여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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