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진이와 (고)요한이 둘 다 살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최효진(30)과 고요한(25)을 동시에 선발 라인업에 올린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묘한 미소를 보였다. 지난 2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골키퍼가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5경기 연속 무승의 고리를 끊어낸 최 감독의 얼굴은 한결 가벼워보였다. 상대팀 감독이자 스승인 김호곤 감독에게는 "죽는 소리를 좀 했다"면서도, ACL서 거둔 짜릿한 승리의 맛을 리그에서 이어가고자 하는 열망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최 감독의 열의는 라인업에서도 엿보였다. ACL 센다이전에서 최효진을 풀백으로 기용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최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도 최효진을 수비진영에 그대로 놔뒀다. 그리고 고요한을 윙자원으로 돌려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효진은 고요한이 가지지 않은 것을 가졌다. 고요한이 공격적으로 나설 때 최효진이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으면 한결 마음이 편할 것"이라며 라인업을 설명한 최 감독은 "둘 모두 전문 포지션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치고 나갈 때 서로 스위치가 가능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상당히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노림수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초반부터 공세를 펼치던 서울은 전반 25분 하대성-고요한-몰리나로 이어지는 절묘한 패스 플레이 속에서 첫 골을 만들어냈다. 하대성의 힐패스를 받아 몰리나를 정확하게 보고 땅볼 크로스로 연결해준 고요한의 감각적인 패스가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최효진도 제 자리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전 34분 김승용이 단독드리블로 페널티 박스 안쪽까지 치고 들어왔고, 이를 막으려던 김용대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골문이 완전히 열린 상황이 펼쳐졌다. 하지만 텅 빈 골대를 향해 날린 김승용의 강한 오른발 슈팅을 달려들던 최효진이 걷어내며 위기상황을 넘겼다. 실점을 막아낸 명품수비였다.

최 감독이 원했던 그대로의 플레이가 나온 셈이다. 특히 시즌 개막 후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고요한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잇었다. 최효진의 상무 입대 후 수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측면 미드필더에서 수비수로 전환했던 고요한은 자신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선배와 함께 이날 서울의 오른쪽을 책임졌다. 오랜만에 팀의 오른쪽 날개로 뛰면서 분명히 합격점을 받는 플레이를 해준 것. 또한 최효진과 고요한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용병술이었다.
"주문했던 대로 오른쪽에서 좋은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 최효진과 고요한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해가면서 움지직이는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만족을 표한 최 감독은 "다음주에 또 ACL이 있기 때문에, 좋은 옵션으로 가지고 가도 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 날과 같은 포메이션을 자주 기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은 이날 경기서도 전반 2골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 2-2 무승부에 그치면서 첫 승이 불발됐다. 하지만 부진을 떨치기 위한 최 감독의 고심이 만들어낸 변화가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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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위) 고요한(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