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외국인 이야기]니퍼트, 2011시즌 모드로 돌아갈 수 있을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4.07 07: 36

리그를 초토화시켰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까.
두산 외국인 에이스 투수 더스틴 니퍼트(32)의 시즌 초 페이스가 좋지 않다. 올 시즌 두 번의 선발 등판을 치른 니퍼트는 각각 6이닝 4실점(3자책), 6이닝 5실점(3자책)으로 2번 연속 퀄리티스타트에는 성공했지만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토종 에이스 이용찬이 부상으로 빠졌고 외국인투수 게릿 올슨은 아직 물음표가 붙어있는 상황. 그만큼 시즌 초 니퍼트가 흔들리면 두산 선발진도 타격을 입는다.
2011시즌 한국 무대를 밟은 니퍼트는 데뷔 시즌부터 정상에 올랐다. 187이닝을 소화하며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 203cm 장신에서 뿜어 나오는 150km를 상회하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로 상대타선을 봉쇄했다. 직구 외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타이밍 싸움을 벌였는데 역시 가장 효율적인 무기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로케이션에 신경 쓰며 상대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공략해 들어갔었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는 로케이션보다는 포심 패스트볼 하나 만을 앞세워도 마운드를 지키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니퍼트의 포심 패스트볼은 한국 타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로케이션이 정교하지 않아도, 장타 위험이 높은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향해도, 타자들은 타이밍조차 맞추지 못했다. 이후 삼성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많은 감독들이 ‘니퍼트 같은 외국인투수’를 찾게 된 것도 과장이 아니었다. 당연히 두산은 니퍼트와 재계약을 추진했고 니퍼트도 두산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구위가 하락했다.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감소하면서 .302이었던 피장타율이 .336으로 올랐고 평균자책점도 2.55에서 3.20이 됐다. 물론 니퍼트는 여전히 상위 클래스의 외국인 투수다. 그러나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 투수에게 거침없이 투자하는 상황인 만큼 니퍼트의 구위 하락은 두산 전체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단 올 시즌 두 경기에서 나타난 모습은 2011시즌보다는 2012시즌에 가깝다.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선 피안타 10개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통산 LG전 성적이 5승 2패 평균자책점 2.12였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니퍼트가 효율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하기 위해 맞춰 잡는 식의 투구를 펼치고 있는 점도 분명히 있다. 만일 이날 경기서 두산 내야진이 에러를 범하지 않았다면, 보다 나은 투구 내용을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니퍼트는 정교한 제구력 보다는 힘을 앞세우는 유형이다. 즉,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가 곧 한 시즌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며 니퍼트의 올 시즌이 2012시즌 보다 좋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작년 초보다 낫다. 시즌 초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며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는 작년보다 훨씬 나았다. 5일 경기도 수비 실책만 아니었다면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니퍼트가 잘 못 한 게 아니라 상대가 잘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구위 하락에 대해서도 “직구로 승부하는 선발투수들일수록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고전하곤 한다. 시즌 첫 경기부터 긴장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두 번째 경기서 투수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상당하다. 때문에 직구의 구위가 떨어질 수 있다”며 “SK 조조 레이예스 역시 첫 등판 때 구위가 두 번째 등판 때보다 위력적이었다”고 밝혔다.
니퍼트는 6일 비 내리는 잠실구장에서 정해진 일정대로 러닝을 소화했다. 잠실구장 계단을 쉬지 않고 뛰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다음 선발 등판을 대비했다. 김 감독의 전망대로 니퍼트의 구위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일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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