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화제작들인 '전설의 주먹'과 '아이언맨'이 4월 비수기를 화끈하게 달굴 예정이다. '전설의 주먹'은 10일, '아이언맨3'는 25일 개봉해 극장가를 이끈다. 전면적인 맞대결은 아니어도 접전은 피할 수 없을 전망. 올 초 이상 열풍에 가까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영화와 '웜 바디스'로 기사회생해 '지아이조2'로 불꽃을 피운 외화의 전면 대결이라 주목된다. 이 두 기대작의 대결점을 3가지 포인트로 짚어봤다.
- 긴 러닝타임
'전설의 주먹'은 고교시절 주먹 하나로 일대를 평정했던 세 친구가 25년 후 리얼 액션 TV쇼에서 다시 만나 그 당시 미처 끝내지 못했던 마지막 승부를 펼치며 과거와 화해하고 상처를 치유, 현재 삶에서의 승리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 강우석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이 한국영화로서는 상당히 길다고 할 수 있는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153분. 영화 측에서는 "자를 곳 없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전설의 주먹'은 명배우들의 액션과 리얼TV쇼 자체가 만드는 긴장감 덕에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북미버전, 중국버전 두 가지로 개봉하는 '아이언맨3'은 '어벤져스' 이후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아이언맨의 고뇌를 다이나믹한 스토리와 큰 스케일 속에 담아낸 작품. 당초 109분이었다가 최근 140분으로 러닝타임이 바뀌었다. 이처럼 비슷한 길이를 지니고 있는 두 상업 영화가 얼마나 흡인력있게 관객들을 끝까지 집중시킬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재미는 기본이다. 각각 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 미정.
- 대세 VS 초 호감 주인공
'전설의 주먹'의 주인공 황정민은 현재 충무로 '대세'라 불리며 그 신뢰감을 확인시키고 있는 배우이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국팬들이 좋아하는 초 호감 외국스타다.
앞서 느와르 영화 '신세계'로 신드롬을 일으킨 황정민은 더 이상 재발견이 없을 줄 알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금 연기파의 진수를 보여준다. 수더분한 국수집 사장에서부터 거칠고 카리스마 넘치는 파이터로 극과 극의 변신을 오간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최근 내한해 특유의 유쾌한 면모로 팬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아이언맨은 가장 어떤 배우로도 대체 불가한 히어로로 꼽히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황정민은 절절한 부성을 드러내며 보는 이의 마음을 찌르르하게 만드는 딸바보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여자친구 페퍼포츠(기네스 펠트로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인 바보로 등장할 예정이다.

- 한미 영화계 자존심 대결
이번 대결은 한국과 미국 영화계의 자존심 승부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자존심은 강우석 감독이고, 할리우드의 자존심은 히어로 블록버스터란 장르다.
'전설의 주먹'은 강우석 감독의 19번째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이끼', '글러브' 등을 만든 강우석 감독은 한국영화사의 산증인, 미다스의 손, 혹은 흥행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번 '전설의 주먹'은 '이끼'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했는데, 원작이 성인물이라면 영화는 가족물에 가깝다.
'아이언맨'은 본편에 더해 '어벤져스'로도 충분히 그 상업성을 인정받은 시리즈. 셰인 블랙 감독의 이번 편은 '히어로 그딴건 없다'란 카피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배트맨 비긴즈'처럼 히어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보여준다. 이번 편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일반 대중으로부터 고립돼 LA나 뉴욕처럼 붐비는 곳이 아닌 지방의 외딴 곳에 머무는 여정을 거치며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찾아가고 시련을 극복한다.
결국 두 영화 모두 최고의 적수와 맞딱뜨리며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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