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의 알렉스 라미레스(38)가 외국인 최초로 2000안타를 달성했다. 13년째 뛰면서 거둔 대기록이다. 외국인 선수가 한 리그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뛰면서 대기록을 작성했다는 점이 놀랍다.
라미레스는 지난 6일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 6회 솔로홈런을 터트려 일본프로야구 사상 42번째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통산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1695경기째 이룬 2000안타는 가와카마 데쓰하루(요미우리)가 작성한 1646경기에 이은 두 번째 최단기간 기록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2001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요미우리와 요코하마 DeNA에서 활약하면서 역대 최강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고 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 연속 100타점을 올렸고 985경기 연속 출전하기도 했다. 12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과 10개의 만루홈런을 갖고 있다. 2007년에는 외국인 최초로 200안타(204개)도 작성했다. 작년까지 12년 통산 3할3리, 378홈런, 1256타점을 기록했다.

라미레스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의 4번타자 출신이었다. 때문에 2001년 야쿠르트 입단 당시에도 1년만 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일본무대는 그저 1년 동안 돈벌이를 위한 곳이었다. 그러나 일본야구와 일본문화에 매료를 느꼈고 그대로 일본야구에 잔류를 결정했다.
경기전 보내기번트 훈련과 장시간 훈련에 곤혹스러워했지만 일본야구 특유의 세밀한 야구와 희생 야구를 수용했다. 특히 당시 야쿠르트 사령탑이었던 와카마쓰 스토무을 만나 최강의 용병 타자의 길로 들어섰다. 끌어당기기 일변도의 타격은 약점이 많아 밀어치기를 주문했다. 라미레스는 고민끝에 메이저리그 4번타자 자존심을 버리고 밀어치기 조언을 받아들였다.
당시 왼손 투수가 던지는 원바운드성 볼을 밀어치는 연습을 통해 기술을 습득했다. 결국 두번의 이적과 높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최장수 외국인으로 성장한 계기였다. 라미레스는 지금도 매일 이같은 타격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튀어오르는 볼이 변화구와 같아서 몸 안쪽에서 밀어치는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일본야구에 적응한 라미레스는 남미 특유의 낙천성으로 매년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여 팬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라미레스는 일본인이 되고 싶다고 밝혀 일본국적 취득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향후 일본프로팀의 감독까지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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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2008~2011년)의 알렉스 라미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