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고의 에이스는 달라도 정말 다르다. 사상 첫 연봉 총액 2억 달러 장기계약을 향한 무력시위였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가 2013시즌 시작부터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커쇼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팀의 1-0 승리와 함께 2연승. 개막전 9이닝 무실점 완봉승에 이어 1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1회초 피츠버그 1번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초구에 중전 안타를 맞고 경기를 시작한 커쇼는 닐 워커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피츠버그 간판타자 앤드루 매커친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가비 산체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가볍게 넘겼다.

2회에도 러셀 마틴을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페드로 알바레스와 호세 타바타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에도 클린트 밤스와 A,J 버넷을 각각 좌익수 뜬공, 3루 땅볼 처리한 뒤 마르테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요리. 4회에도 워커를 투수 앞 땅볼 아웃시킨 뒤 매커친과 산체스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결정구는 모두 슬라이더.
5회에도 마틴을 3루 땅볼로 잡은 커쇼는 알바레스와 타바타를 다시 한 번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했다. 슬라이더와 포심 패스트볼이 결정구. 6회에도 밤스와 버넷을 슬라이더와 커브로 헛스윙 삼진, 4타자 연속 삼진 잡은 커쇼는 마르테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허용했으나 워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7회 매커친과 산체스를 각각 투수 땅볼,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은 뒤 마틴에게 올 시즌 첫 볼넷을 허용한 커쇼는 알바레스 타석에서 마틴을 견제사로 잡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총 투구수는 97개였고 그 중 59개가 스트라이크, 38개가 볼이었다.
이날 커쇼의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4마일(151km). 하지만 그보다 더 돋보이는 건 평균 구속이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2.3마일이 나왔는데 평균 148.6km에 달했다. 총 97개 공 중 59개를 포심 패스트볼로 택한 커쇼는 경기 내내 꾸준하게 148km 이상 강속구를 뿌리며 피츠버그 타자들을 힘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좌완에 평균 148km 패스트볼이라면 웬만해서는 치기 어렵다. 아직 4월초라는 것을 감안하면 5월 이후에는 더 빠른 스피드를 기대해 볼만하다. 커쇼는 지난해에도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3.8마일로 무려 151km였다.
더 놀라운 건 패스트볼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도 돋보였다. 승부처에서 활용된 커쇼의 슬라이더는 빠르고 날카롭게 휘어져 결정구로 딱이었다. 이날 커쇼가 잡은 삼진 9개 중 6개의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다. 포심 패스트볼(59개)을 중심으로 슬라이더(21개)-커브(11개)-체인지업(6개) 순으로 던졌다. 각도 큰 커브가 주무기이지만 슬라이더의 위력도 날이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돈 매팅리 감독도 "커쇼의 슬라이더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더욱 무서운 투수로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커쇼는 비시즌부터 꾸준히 다저스 구단과 연장계약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협상은 진척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협상 테이블을 접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개막 2경기에서 보여준 위력이라면 메이저리그 사상 첫 투수 총액 2억 달러 연장 계약도 시간문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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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