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기러 온 게 아닙니다”
안익수(47) 감독이 3개월 만에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원정팀 벤치에 앉았다. 성남 일화의 감독으로 친정팀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하러 온 ‘적장’ 신분이었다.
성남은 7일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3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서 부산에 2-0으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전 안익수 감독은 대뜸 “이기러 온 게 아니다. 승점은 다음에 챙기면 된다”고 농담을 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올 시즌 한 번도 못 이긴 감독이 이 무슨 성인군자 같은 소리인가. 이유가 있었다. 2년 동안 자식처럼 가르친 부산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었다.
안 감독은 “복도에서 라커룸을 가는데 왼쪽(홈팀)으로 가야하는데 오른쪽으로 가니까 어색하더라.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며 부산 복귀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산선수들에 대해 “선수들이 내 스타일을 너무 잘 안다. 부산이 아직도 우리 팀 같다.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더 성장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던졌다.
안익수 감독이 느긋한 이유는 따로 있다. 멀리보고 성남 선수들을 키우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내가 생각하는 20-30%의 전력이다. 리빌딩 걱정은 안 한다. 당장의 성적보다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 감독이 성남부임 후 가장 먼저 독서실을 마련하고 숙소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웨이트장도 새 단장을 했다. 환경이 좋아야 성적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부산 재임시절에도 클럽하우스를 고쳤다.
이날 부산은 성남을 2-0으로 제압하고 시즌 2승 째를 챙겼다. ‘슬로우스타터’로 유명한 안익수 감독은 올해도 첫 5경기(2무 3패)에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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