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완의 생존축구, 3G 무패로 '대전의 법칙' 이어간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4.08 07: 33

"제주전 전후로 선수들의 몸놀림이 달라졌죠".
강등권이라는 이름은 베테랑 감독에게도 부담이다. 하물며 올 시즌 처음으로 프로팀의 지휘봉을 잡은 김인완 감독에게 있어서는 숨이 턱턱 막히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누군들 우승을 목표로 하고 싶지 않겠냐만, 김 감독이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부임하던 때부터 김 감독의 목표는 올곧게 '생존'에 맞춰져 있었다. 스플릿 시스템의 도입 이후 하위권 팀들의 목표가 된 생존은 초보 감독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는 과제였다. 앞으로의 지도자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다.

대전의 전력상 순위표 위쪽을 노리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했다. 개막 이후 전북과 포항에 나란히 3골을 내주며 2연패를 당하자 이르게도 강등의 불안이 대전을 옥죄어왔다. 부산 시절과는 달리 강등을 피부로 실감하고 느끼게 된 김 감독은 이를 악물었다. 지난 시즌 대전이 초반 1무 9패로 어렵게 시작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한시라도 빨리 연패 행진에서 벗어나야했다.
선수들도 김 감독에 적극 공감했다. 주위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주말에도 죽기살기로 준비했다. 공격축구보다 실리축구를 택했다. 그 결과가 제주전과 인천전이었다.
김 감독은 "제주전 전후로 선수들의 몸놀림이 달라졌다. 제주전에서 졌으면 아마 선수들이 심각한 패배의식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돌아보며 "제주를 상대로 연패를 끊어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주전에서 패배가 아닌 무승부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결과가 대전 선수들을 패배의식에서 구해낸 셈이다.
그리고 인천전에서는 결국 승리를 따냈다. "내용과 결과가 다 좋으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첫 번째는 결과를 내야한다"며 생존의 임무를 부여받은 수장으로서 각오를 다진 결과다. '생존축구'를 구사하는 이상 무엇보다 결과로 이야기하겠다는 다짐으로 만들어낸 결과기도 하다.
김 감독의 생존축구는 7일 경남전에서도 빛을 봤다. 지루한 공방전 끝에 무승부로 끝나는가 싶었던 경기서 경남에 후반 36분 선제골을 내줬을 때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는 대전의 패배를 예감했다. 하지만 결과는 극적인 1-1 무승부. 달라진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생존을 향한 열망이 후반 44분 터진 루시오의 동점골을 빚어냈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무승부로 돌려놨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대전에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실리를 위해 생존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대전은 현재 1승 2무 2패(승점 5)로 리그 9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일취월장'이다. 물론 앞으로 K리그 클래식에서 가야할 길은 구만리다. 하지만 생존을 목표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대전의 법칙'이 조금씩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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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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