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풍운아 이정호, “다시 신인처럼 뛰겠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4.08 07: 29

“운동장에서 다시 뛰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이정호(32, 부산)가 오랜 공백을 깨고 정상급 수비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부산 아이파크는 7일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5라운드에서 성남 일화에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부산의 공격을 이끈 윌리암과 박종우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해낸 수비수 이정호의 활약 없이는 승리도 없었다. 성남의 거센 추격이 있을 때마다 이정호는 침착하게 수비진들을 지휘하며 무실점 승리를 얻어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뽑힌 이정호는 쑥스러운 듯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 싶은 표정이었다. 사연이 있다. 지난 2011년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린 이정호는 선수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또 잘하는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 선수에게 이보다 더한 고통은 없었다. 직접 승부조작을 하지는 않았지만, 제의를 수락한 사실로 죄책감에 시달렸다.    
다행히 이정호의 무죄는 입증됐다. 징계기간도 1월 6개월로 줄었다. 이정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극적으로 부산에 재합류할 수 있었다.
그는 “요즘 모든 것에 감사한다. 이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것도 감사하다. 운동장에서 뛰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까지도 ‘내가 살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준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복귀는 했지만 오랜 공백으로 기량은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그는 “전지훈련기간에 ‘이제 됐다’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라운드에서 뛰자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정호가 감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중앙수비수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특히 특유의 헤딩을 활용한 제공권 장악이 좋다. 헤딩비결에 대해 그는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헤딩력에 자신감이 있다. 골키퍼를 2-3년 했던 것이 공 낙하지점을 찾는데 도움이 됐다. 팀에서 헤딩을 주로 담당하다보니 계속 늘었다”고 공개했다.    
극적으로 은퇴위기서 벗어난 이정호는 모든 경기가 소중하다. 이제 팀의 맏형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다. 그는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고참으로서 팀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싶다. 그게 나의 의무다. 지난 1년은 잊고 올해 다시 신인처럼 뛰겠다”고 다짐했다.
jasonseo34@osen.co.kr
이정호 / 부산 아이파크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