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존 서저리 2회’ 이재우, 1099일의 용수철 인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08 06: 15

“내가 야구를 그만둬야 되나 싶었다. 그런데 못 그만두겠더라. 내가 아까운 것은 둘째치고 날 뒷바라지하느라 고생 많았던 마누라랑 우리 딸한테 다 보여줘야 했다”.
2년 전쯤 그가 두 번째 수술을 받는다고 글을 올려놓았을 때 데스크는 ‘그럼 투수로서 야구 인생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전부터 그의 노력을 본 저는 고개를 끄덕이기 싫었습니다. 누군가 불가능이라는 편견을 ‘가능하다’라고 직접 몸으로 말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성공의 예가 나와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두산 베어스 우완 이재우(33)는 그 가능성을 직접 보여주고자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이재우는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10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재우의 호투에 힘입어 두산은 5-4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습니다. 이재우는 10회말을 삼자범퇴로 막고 11회말 김용의에게 좌익수 방면 안타, 정성훈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박용택을 헛스윙 삼진, 이진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해 두산의 역전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경기 최종 성적은 2이닝 1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입니다.

2010년 4월 4일 문학 SK전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선발승 이후 1099일만에 승리를 따낸 이재우. 그의 야구 인생은 프로 입문부터 남다르게 힘들었습니다. 1998년 휘문고를 졸업하며 두산의 2차 12라운드 지명을 받은 이재우는 탐라대 2년 시절 내야수로 뛰다 발목 골절과 함께 선수 생활의 끝을 예감하며 자신의 지명권을 가진 두산에 훈련 보조 및 기록원으로 입단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배터리코치를 맡던 김경문 현 NC 감독이 이재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간이 비는 틈을 타 그의 공을 받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재우는 정식선수 계약을 맺게 됩니다.
“짬이 날 때 김 감독께서 훈련보조에 불과한 내 공을 받아주셨다. 그리고 내 가능성을 칭찬하시더라.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날 표출하고자 했다”. 2001년 정식선수가 된 이재우는 2004년 6승을 올린 데 이어 2005년 7승 5패 1세이브 28홀드(1위)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하며 어느덧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가 되었습니다. 공익근무를 마친 2008시즌에는 11승 3패 2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1.55로 커리어하이 기록을 남깁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아닌 단년 계약 형태로 2009년 이재우는 중간계투 연봉 2억원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2009시즌 선발로도 종종 나온 이재우는 54경기 5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한 뒤 2010시즌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합니다. “아프지만 않으면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프지만 않으면”. 2010년 4월 4일 문학 SK전서 선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승리를 거둔 이재우는 6일 후 잠실 LG전에서 팔꿈치가 아파 중도강판 하고 말았네요. 이제 이재우는 야구인생의 긴 터널을 맞이합니다.
2010년 8월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이재우는 이듬해 6월 인대가 다시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재수술을 결정한 뒤 그는 “이명우(롯데)는 이 수술 받고 1년 지나서 계투로라도 기회를 얻던 데. 난 왜 지금 이럴까. 왜 난 이렇게 힘들지”라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 때 이재우는 스스로도 은퇴를 염두에 두었으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라며 재수술 후 화려한 부활을 기다렸습니다. 2011년 7월 그는 재수술을 위해 침대에 올랐네요.
2012시즌 막판 3경기 2⅔이닝 무실점으로 감을 잡은 이재우는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서부터 좋은 공을 연신 던지며 팀 내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전지훈련 때 많이 나와봐야 141km 정도였는데 145km가 나오고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모두 내 생각대로 들어가서 스스로 놀랐다”라며 기뻐한 이재우. 그의 1차 목표는 몇 승, 몇 홀드가 아니었습니다.
“잠실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 아프지 않은 팔로 그냥 내가 원하는 공을 던지고 싶어. 내가 예전부터 공을 던졌던 곳. 그곳에서 우리 아내랑 딸한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아프지 않고 공을 던지길 바라던 이재우는 그 잠실에서 승리를 따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에서 자신의 부활을 절실히 바라던 정명원 투수코치와 오랫동안 포옹했다더군요.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겪게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겪은 후 포기하지 않고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오르는 반동의 유무입니다. 1099일만에 뜻깊은 승리를 거둔 이재우는 더 많은 승리와 더 큰 자아실현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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