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이 역사적인 메이저리그(MLB) 첫 승을 신고했다. 1년 먼저 MLB 무대에 진출해 성공 가도를 밟고 있는 다르빗슈 유(27,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난해 이맘때를 생각해도 출발은 순조롭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다르빗슈의 전례를 생각하면 류현진의 대한 올 시즌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구원진이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 감격적인 MLB 진출 첫 승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류현진은 MLB 무대에서 승리를 거둔 9번째 한국인 투수로 기록됐다.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따낸 한국인 투수는 조진호(당시 보스턴)와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에 이어 세 번째다.
내용도 좋았다. 1회 앤드류 맥커친에게 2점 홈런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2회부터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피츠버그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적응도 알렸다.

MLB에 진출하는 동양인 투수들은 필연적으로 시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수준 자체가 한 수 위일뿐더러 환경과 문화 등에 적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류현진은 환상적인 스타트를 끊었다고 할 만하다.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2.13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경기에서 드러난 자신의 문제점을 재빨리 보완한 것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본의 아니게 비교대상이 되고 있는 다르빗슈의 지난해 초반을 생각해도 류현진의 출발은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 류현진(2357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517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기록하며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다르빗슈는 MLB 데뷔전의 기억이 썩 좋지 못하다.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5⅔이닝 동안 8피안타 4볼넷 5탈삼진 5실점했다. 타선 지원으로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찜찜함을 남기는 경기였다.
미네소타와의 두 번째 등판에서도 5⅔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았다. 실점은 2점(1자책점)으로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했지만 역시 현지 언론의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기는 어려운 투구였다. 그러나 영점을 잡은 다르빗슈는 그 후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더니 결국 16승9패 평균자책점 3.90의 성적으로 2012년을 마무리했다. 수준 높은 기량이 MLB 무대 적응과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역시 지난해 MLB 무대에 진출한 이와쿠마 히사시(32, 시애틀 매리너스)와 비교해도 류현진의 초반은 순탄하다. 이와쿠마는 선발이 아닌 계투로 시즌을 시작했다. 데뷔전이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는 4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좋은 투구를 선보였으나 두 번째 경기였던 토론토전에서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4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5월에도 3경기에 계투로 나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다.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와쿠마 역시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7월부터는 선발로 나서며 팀의 신뢰를 받기 시작했고 8월과 9월에 각각 3승씩을 쓸어 담는 막판 스퍼트를 선보인 끝에 9승5패 평균자책점 3.16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직은 MLB 무대가 낯선 류현진 또한 두 선수가 밟았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대를 모으기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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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