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마일까지 올려야 된다".
LA 다저스 류현진(26)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첫 승리를 신고했다. 류현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티다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경기에서 6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인 사상 9번째이자 최단기간-경기로 메이저리그 승리투수로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의 가장 돋보였던 점은 패스트볼의 스피드와 위력 상승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류현진은 총 80개 공 중 50개를 패스트볼로 던졌는데 최고 구속 92마일(148km), 평균 구속 89.2마일(143.6km)로 아주 위력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피츠버그전은 달랐다. 총 101개 공 중에서 50개를 패스트볼로 던진 류현진은 최고 구속이 93마일로 150km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도 90.4마일로 약 145.5km가 꾸준히 스피드건에 찍혔다. 샌프란시스코전과 비교할 때 2km 정도 빨라졌고, 스스로도 구위에 어느 정도는 만족해 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패스트볼에 대해 "1회 빼고는 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스피드가 92~93마일 정도 나왔는데 이제 94마일까지 충분히 될 듯하다. 94마일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94마일은 약 151.34km. 최고 구속을 94마일로 잡으면서 평균 구속도 함께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류현진이 더 빠르고 강한 패스트볼을 스스로 강조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힘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핀 포인트 제구력과 플러스 피치급 변화구가 2개 정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힘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당해낼 수 없다. 빠른 공은 투수 최고의 무기이기에 스스로도 더 강한 공을 뿌리고 싶어한다.
여기에 패스트볼이 살아날수록 변화구의 위력도 동반 상승하게 된다. 물론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88~91마일의 속도만으로도 충분히 통한다. 중요한 건 스피드가 아니라 로케이션이다. 류현진은 패스트볼 로케이션이 좋기 때문에 더욱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스트볼이 빠를수록 체인지업이 더욱 힘을 받는 건 당연하다.
단순히 패스트볼 뿐만이 아니다. 이날 유독 잘 통한 슬라이더에 대해서도 100% 만족하지 못했다. 이날 탈삼진 6개 중 3개의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슬라이더가 완벽하지 않다. 각도도 그렇고, 스피드도 한국에 있을 때 만큼은 안 나온다. 스피드가 더 많이 올라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최고 85마일(137km)까지 나왔는데 스스로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메이저리그 첫 승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만족을 모르고 있다. 오히려 볼 스피드 상승이라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던졌다. 매경기 나날이 발전하는 류현진이 다음 경기에서는 또 얼마나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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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