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부담이 크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강심장' LA 다저스 류현진(26)이 그답지 않게 '부담'을 이야기했다. 다저스가 자랑하는 초강력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에 이어 등판하는 선발 순서에 대한 솔직하게 부담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다운 모습으로 반드시 부담을 극복하겠다는 의지 만큼은 변함 없었다.
류현진에게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경기였다. 데뷔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만큼 승리도 필요했지만 더욱 큰 부담은 그레인키와 커쇼 다음으로 등판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3연전 첫 날 그레인키가 6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둘째날 커쇼가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막으며 피츠버그를 연이틀 영봉패로 몰아넣었다.

에이스 커쇼가 1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가운데 류현진은 2선발로 개막을 맞았다. 당초 2선발이었던 그레인키는 팔꿈치 통증으로 등판이 미뤄져 4선발로 시작했다. 시즌 개막 첫 주를 일정상 4선발 체제로 시작한 다저스는 그레인키-커쇼-류현진 순으로 로테이션이 돌고 있다. 6~8일 피츠버그전처럼 3연전을 함께 등판하게 되고, 그레인키와 커쇼가 호투를 거듭하면 류현진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류현진도 첫 승을 거둔 후 이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굉장히 많이 부담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오른손과 왼손 투수들이다. 그런 투수들 다음에 나오는 건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채드 빌링슬리가 오는 1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시즌 첫 선발등판이 확정되게 됨에 따라 류현진은 큰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그레인키-커쇼 다음 순번으로 계속 선발등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류현진은 류현진답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는 "커쇼와 그레인키 모두 좋은 투수들이지만 난 그들과 다른 나만의 장점이 있다. 그레인키와 커쇼 뒤에서 매경기 6~7이닝씩 막아낸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인키-커쇼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 매경기 6~7이닝 이상 던지는 이닝이터로서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게 류현진의 다짐이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매팅리 감독은 "커쇼와 그레인키가 잘 하고 있지만 류현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팀원들끼리도 경쟁하는건 당연하다. 조쉬 베켓도 마찬가지이만 그들이 경쟁할수록 팀은 더 강해질 수 있다"며 "류현진은 커쇼도, 그레인키도 아니다. 류현진 만의 방법으로 하면 된다"고 믿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자신의 피칭을 보여주길 바랐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던지는 방식대로 똑같이 하고 있다"며 "메이저리그는 늘 말하지만 실투를 줄여야 한다. 실투를 안 놓치고 잘 받아친다. 타자들이 공격적이라 조심해서 던져야겠다"고 다짐했다. 4일 휴식 후 5일째 들어가는 선발 로테이션 일정에 대해서도 그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큰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류현진은 류현진답게 현실에 맞서 정면돌파하고 있다.
waw@osen.co.kr

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