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일 전 낯선 신예 선발 투수의 첫 회 난조를 틈 타 공략하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끌려가며 패했다. 표본이 많지 않은 낯선 선발 투수에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두산 베어스 타선은 KIA 타이거즈 2년차 좌완 임준섭(24)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9~11일 광주에서 KIA와 원정 3연전을 갖는 두산은 첫 경기 선발로 노경은을 내세운다. 지난해 12승을 올리며 팀 내 최다승 투수가 된 노경은은 두산 선발진에서 가장 믿고 맡기는 카드. 노경은과 대결하는 KIA 선발 투수는 시범경기에서 연일 쾌투를 선보이며 1군 한 자리를 꿰찬 좌완 임준섭이다.
개성고-경성대를 거쳐 지난해 KIA에 입단한 임준섭은 첫 해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등판 기록이 없었다. 시범경기서부터 1군 마운드에서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인 임준섭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데뷔 첫 승을 무실점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아직 수술 전력으로 인해 직구 구속은 최고 140km대 초반 정도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포커페이스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두산은 낯선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전례가 많았다. 지난 2~3년을 돌아봐도 꽤 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2010시즌 갓 1군에서 기회를 잡아가던 롯데 김수완은 그해 8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두 번의 우천 중단에도 꿋꿋이 마운드에 올라 5⅓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후 김수완은 한동안 롯데 선발진을 지키며 그 해 5승을 수확했다.
낯가림 현상이 절정에 달한 것은 지난 시즌. 지난해 4월 12일 청주 한화전에서 두산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국내 리그 데뷔전 상대가 되어 3구 삼자범퇴 희생양이 되는 등 첫 등판을 첫 선발승으로 이끌었다. 그해 6월 20일에는 ‘핵잠수함’ 김병현(넥센)에게 6이닝 4피안타 1실점 비자책으로 국내 첫 승을 선물한 두산이다. 박찬호와 김병현에게 2012 두산은 고마운 팀이었다.
어깨 부상과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5년 간 1군 등판이 없던 신재웅(LG)은 지난해 7월 26일 두산전서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2176일 만의 승리를 거뒀다. 롯데 진명호도 그해 5월 27일 두산을 상대로 5⅔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데뷔 두 번째 선발승을 기록했다. 지난 3일 잠실 SK전에서는 상대 선발 여건욱이 1회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6이닝 1피안타(사사구 6개)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윤석민(KIA), 류현진(LA 다저스, 당시 한화) 등 에이스들에게는 의외로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정작 국내 경력이 화려하지 않거나 리그에서 처음 보는 투수에게는 약했던 두산이다. 임준섭은 팔꿈치 수술로 인해 지난해 퓨처스리그 등판도 없던 터라 두산 타자들 중 프로에서 임준섭과 맞붙어 본 타자가 전무하다. 결국 경기를 치르면서 노림수를 갖고 스윙하거나 타순이 한 바퀴 도는 동안 덕아웃에서 타자들이 임준섭의 공을 예의주시하며 목적타 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잘 쳐야 3할인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활화산 같이 터지던 타선이 어느 순간 급속 냉각되어 투수를 애타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그만큼 가치 있는 아웃은 물론이고 처음 보는 투수를 상대로도 방심하지 않는 스윙이 필수적이다. 심각한 낯가림 증세를 호소하던 두산 타선은 임준섭을 상대로도 어색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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