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범을 처음 본건 지난 2007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였다. 그리고 그 후 MBC '에덴의 동쪽‘, KBS 2TV '꽃보다 남자’를 통해 연기자로서 확실하게 입지를 굳혔다. 그 후 얼마간의 슬럼프를 거쳤고 이윽고 지난 2011년 JTBC '빠담빠담‘부터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또래보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연기를 시작한 김범은 또래보다 훨씬 빠르게 어른이 됐다.
1989년생, 만 23세의 이 배우는 차분하고 어른스러웠다. 자신의 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알았고,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소 어려보이는 외모의 그였기에 이러한 실제 모습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는 최근 종영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와 노희경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진지한 얼굴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빠담빠담’은 종편에서 방송된 작품이었기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청률 면에서는 안 좋은 결과를 봤죠. 그래도 ‘빠담빠담’을 찍는 동안에는 너무 좋았고 행복했어요. ‘빠담빠담’이 끝나고 노희경 작가님, 김규태 감독님이 다시 불러주셔서 스토리라인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그 때의 행복했었던 기억들 때문에 ‘그 겨울’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었거든요.”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서 김범은 시청률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그는 시청률이라는 숫자 세 자리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깨달았다. 조금은 철학적이고, 낙천적이며, 행복한 그런 것들을 말이다.
“제가 운 좋게도 데뷔작을 찍고나서 ‘하이킥’, ‘에덴의 동쪽’, ‘꽃보다 남자’까지 연이어 30%가 넘는 시청률의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그리고 몇몇 작품들에서 시청률 때문에 힘든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빠담빠담’을 찍으면서 시청률이 다가 아니란 것과, 작품을 통해 가치관도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노 작가님 작품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높은 순위를 매겨야 할 가치관, 시간에 대한 소중함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수목극 대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치열한 전쟁터에서 ‘그 겨울’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승리했다. 승전보를 가지고 돌아온 그에게 시청률 경쟁에 대한 부담감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환하게 웃어보였다.
“경쟁구도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 걸 신경 쓰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든요. 물론 ‘그 겨울’의 경쟁작들도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기도 하구요. 그냥 보는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김범은 ‘빠담빠담’과 ‘그 겨울’에서 정우성, 조인성이라는 대표적인 미남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에게는 하늘같은 선배이자 친한 형이라는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매력으로 김범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정)우성이 형을 보면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에 반해 (조)인성이 형을 보면 ‘저런 형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편안하게 다가와준 형이어서 감독님보다도 먼저 가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죠. ‘빠담빠담’에서 격한 감정이 올라와야 하는 신이 있었어요. 제 감정의 템포가 더뎌서 시간이 더 필요했는데 정우성 선배님이 ‘이건 네 시간이야. 네가 쓰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써’라고 해 주셨어요. 조인성 선배님은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주셔도 찝찝한 오케이라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다시 가고 싶다고 얘기하라고 격려해 주세요. 정말 따뜻한 형이에요.”
10대의 어린나이부터 쉼 없이 달려온 김범은 자신이 워커홀릭이었다고 말했다. 17살에 데뷔해 6년 동안이나 일주일 이상 촬영을 쉬어본 적 없는 그는 ‘빠담빠담’을 찍기 전에야 처음으로 1년 반의 사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행보는 브레이크가 없는 스포츠카였다.

“계속해서 맞물려 작품이 들어왔고 또 계속 해 왔어요. 다른 연기자들은 한 작품을 끝내놓고 그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계속 작품 하기를 갈망했고 6년간 미친듯이 달리기만 했죠. 그러다 ‘빠담빠담’ 직전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쉬었어요. 처음에는 새벽에 라면 끓여먹다가 너무 좋아서 막 웃으니까 엄마가 미쳤냐고 그러시던데요(웃음). 1년 반 동안 그동안 찍었던 작품들을 봤는데, 그러다 보니 ‘미친듯이 달려오기만 했던 길이 이런 길이구나’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 후에 노희경 작가님을 만났죠.”
이처럼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왔다는 김범. 한창 인생을 즐겨야 될 시기에 인간 김범으로서 누려야 할 것들은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면 연애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김범은 “마지막 연애는 ‘빠담빠담’을 찍기 전이었고, 언제나 연상을 만났다”며 연애관을 털어놓으며 예상을 빗나가는 답변을 내놨다.
“연하는 만나본 적 없어요. 그래도 사실 나이가 연상이었을 뿐이지 정신연령은 제가 여자친구보다 항상 높았죠.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열 살 차이 연상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가 소재였는데,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나이 차이가 정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자신만의 연애관에 대해 설명한 김범은 그럼 그 연애 경험을 살려 로맨틱 코미디 한 편 찍는 건 어떻겠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부끄러워했다. 그 이유는 ‘오그라들어서’.
“멜로는 자신 없어요. 성격상 오그라들어서 대사를 잘 못하겠어요. 최대한 그 인물에 빠져서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멜로 장르는 잘 못하겠어요. 그런 달콤한 말들을 육성으로 내뱉는 게 어려워요”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을 연기한 김범은 그야말로 꽃처럼 빛나는 미모를 지녔다. 그의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일수밖에 없다.
“외양적인 모습들은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고르건 간에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들이죠. 분명히 한계점이 있다고 인정해요. 그렇지만 되려 외모가 연기적인 부분들을 가린다면 제가 연기를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 속 캐릭터를 잡는데 있어서 외양보다는 내면적인 연구가 더 커야 한다고 생각하고 얘기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김범은 ‘그 겨울’이 끝나도 여전히 워커홀릭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지만 스케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밝은 얼굴로 “차기 작품을 빨리 정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열혈 연기자였다.
“인터뷰, 화보촬영, 이번달 말 일본 팬미팅까지 예정돼 있어요. 그리고 차기 작품을 빨리 정해서 금방 또 찾아뵐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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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