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routine)은 운동선수가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고유의 동작이나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있다.
이는 징크스와는 조금 다르다. 그라운드에서 금을 절대 밟지 않는다면 그것은 징크스지만 타석에서 특정한 스트레칭이나 몸동작을 반복하는 건 루틴이다. 징크스는 선수의 심리상태에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루틴은 신체적 능력까지 최적으로 맞춰준다. 마치 시계에 태엽을 감는 행동과도 같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고 있는 이치로 스즈키는 수많은 루틴을 갖고 있는 선수다. 올해 나이가 만으로 마흔 살,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그이지만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되는 선수다.

이치로의 루틴 가운데 하나로 식사가 있다. 이치로는 미국에 진출한 이후 경기시작 직전 식사는 항상 페퍼로니 피자라고 한다. 또한 홈경기를 앞두고는 아내가 만들어 준 카레를 매일 아침에 먹는다.
이는 이치로가 페퍼로니 피자와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퍼로니 피자는 미국 어디서든 구하기 쉽고, 카레는 아내가 집을 비울 때를 대비해 냉동실에 잔뜩 보관해두고 있다고 한다. 이룰 고집하는 이유는 식사로 인해 생길 변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치로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상징하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 역시 루틴을 갖고 있다. 매일 야구장에서 미리 정한 스케줄에 맞춰 훈련을 소화한다. 하루라도 티배팅을 거르는 법이 없고, 스윙연습 역시 언제 어디서든 반복한다. 오죽했으면 구단 고위 관계자가 “손아섭 같은 선수가 롯데에 한 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손아섭의 또 다른 루틴은 명상이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15분 동안 항상 명상을 한다. 그는 “조용한 곳에 누워서 혼자 눈을 감는다. 얼핏 잠이 들 때도 있고 그 날 경기를 대비하기도 한다. 명상을 거르면 불안하고 꼭 해야 타석에서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다. 시즌 초반이지만 손아섭은 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4할4푼8리(29타수 13안타) 1홈런 3타점 6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장타가 없어 고민하던 그였지만 7일 사직 KIA전에서는 마수걸이 홈런포도 터트렸다.
손아섭은 이치로의 루틴을 알고 있을까. 그는 웃으며 대답한다. "이치로 선수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단 하루라도 이치로 옆에서 야구하는 걸 보고 싶다.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쯤 같이 산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야구 이야기라면 언제든 눈을 빛내는 손아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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